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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삼국시대 손잡이잔의 아름다움 : 미적 오브제로 본 가야와 신라시대 손잡이잔 75점
저자 박영택
출판사 아트북스
출판일 2022-10-13
정가 26,000원
ISBN 978896196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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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기형: 상상력을 자극하는 선의 극치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은
꼭 소주잔 같은
흡사 은하계의 별들처럼
작은 잔의 깊은 존재감
잘 익은 색감의 잔
만개하기 직전의 볼륨감
조각적이고 회화적인
고추장 단지 같고 옹기 같은
천상 맥주잔을 닮았네
편안한 ‘둥근 맛’
손잡이에 스민 일획의 미
작디 작은 잔의 근성
마치 에스프레소 잔처럼
아름답게 어눌한
부처의 귀를 닮은

구연부: 잔의 형태를 좌우하는 구연부의 맛
살짝 바깥으로 벌어진 아가리
허공에 드로잉한 선의 궤적
상상력에 호소하는 매혹적인 피부
기본에 충실한 잔
문양 없는 잔의 충일감
우아하게 목이 긴 잔
당당한 몸통의 유머러스한 입
가장 잔다운 잔
통형 단지에 기원을 둔 잔
세련된 손잡이잔의 한 절정
이토록 크고 넉넉한 잔
대책없이 벌어진 아가리
야무지게 조율된 균형감

손잡이: 대교약졸로 빚은 손잡이의 멋
활시위처럼 당긴 손잡이
잔 속으로 잠입할 것 같은 손잡이
조각 작품 같은, 기울어진 손잡이
듬직하게 빚은 손잡이
당나귀 귀처럼 크고 긴 손잡이
‘ㄷ’ 자 형태의 손잡이
직선의 맛을 주는 손잡이
각과 힘을 품은 직각의 손잡이
고사리 형상의 손잡이
달팽이 모양의 손잡이
두 마리 짐승의 머리를 단 손잡이
장인의 지문이 있는 좌우대칭의 손잡이
대나무 줄기 같은 양손잡이
아름답게 부푼 몸통의 양쪽
손잡이에 달라붙은 새 대가리
사색하듯 기울어진 오리 대가리
새끼줄처럼 꼬아 만든 손잡이

문양: 당시 사람들의 신앙심이 반영된 무늬들
고도의 상징체계를 반영한 텍스트
돌대나 선의 경계
으뜸인 강골의 선 맛
선으로 충분한 문양의 극치
물의 영(靈으로 둔갑한 잔
기벽에 출렁이는 물결무늬의 리얼리즘
물에서 도(道를 보다
표면에 가득 찬 문양의 매력
면발처럼 구불거리는 물의 영원성
다섯 줄의 음각선의 환영
물의 생애를
현대미술 평론가의 삼국시대 손잡이잔 컬렉션
『삼국시대 손잡이잔의 아름다움』은 크게 세 가지 점이 두드러진다

먼저, 내용 외적인 요소가 호기심을 배가시킨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평론가로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저자가 현대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삼국시대 질그릇 손잡이잔에 관한 글을 썼다. 심지어 이들 손잡이잔으로 컬렉션전(<아르카익 뷰티ㅡ삼국시대 손잡이잔>, 현대화랑, 2022. 8. 25~10. 16까지 가졌다. 왜 미술평론가가 현대미술 작품도 아닌, 고미술품을 수집했을까? 또 미술평론가가 고대 손잡이잔에 관해 책을 냈다면, 무엇을 어떻게 썼을까? 단순한 즐김에 머물렀을까, 아니면 탐닉 그 이상의 성과를 냈을까? 내용을 접하기도 전에 저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충실한 답변서이기도 하다.

다음은 질그릇 잔의 특징이다. 모두 ‘손잡이’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보통 원통 모양의 잔에 큰 손잡이가 양쪽 또는 한쪽에 붙어 있다. 이런 잔을 흔히 ‘파수부배(杯’나 ‘파배(杯’라고 한다. 두 손가락으로 겨우 쥘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가 하면, 동물 대가리가 장식된 손잡이도 있다. 모양과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손가락을 걸거나 쥐는 손잡이 기능은 동일하다. 그리스·로마 문화와 내통하는 불가사의한 시원, 가야와 신라시대에 꽃피고 소멸한 사연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손잡이가 달린 잔은 신라·가야의 고분에서만 다수 출토될 만큼 가야와 신라만의 특별한 기물(器物이다. 백제와 고구려의 출토품 가운데 손잡이가 달린 잔 모양의 토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형태상 지금의 에스프레소잔이나 머그잔을 연상시키는 손잡이잔들은 고대 유물임에도 현대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또다른 특징은 이 손잡이잔들이 저자가 발품을 팔아서 구입한 수집품이란 사실이다. 현대미술 평론가가 고대의 토기 손잡이잔에 매료되어 전국 각지를 다녔다는 점에서, 수집품의 면면과 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집한 손잡이잔이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