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제1부 촛불 스펙트럼
진실의 습격: 민주주의와 문학 그리고 자본주의
혁명의 재배치: 황정은, 윤이형, 김성중의 눈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 미당이라는 퍼즐
묵시록과 계급: 백민석의 ‘폭민’과 최진영의 여자들
단지 조금 다르게: 김현의 시와 시대전환
리얼리티 재장전: 다른 민중, 새로운 현실 그리고 ‘한국문학’
제2부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
모든 것의 석양 앞에서: 지금, 한국소설과 ‘현실의 귀환’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은희경, 권여선의 장편을 통해 본 87년체제의 감정구조
모더니즘의 잔해: 정지돈과 이인휘 겹쳐 읽기
완전한 타인: 이주혜 소설 『자두』
만인의 입술 위에 노래가: 김남주 시의 현재성
시인의 경제, 시민의 정치: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관한 수상: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가족서사
『바리데기』와 흔들리는 세계체제: ‘2000년대 작가’ 황석영
제3부 비평의 임무
우리들의 일그러진 ‘리버럴’: 비평이 하는 일에 관한 단상
비평의 로도스: ‘근대문학 종언론’에서 ‘장편소설 논쟁’까지
‘가능한 현실’과 장편소설
제도 비판 이상의 것: 2018년의 평단
이름 너머의 사유: 비평과 이론 사이에서
리얼리스트의 자유: 최원식 평론집 『문학과 진보』
제4부 재현과 재현 사이의 진실
무저갱의 안과 밖: 최은미, 김이설, 정유정 소설에 나타난 악의 표상
리듬의 사회성에 관한 스케치
교과서 여백에 쓴 시: 이기인의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연작
침묵과 호흡: 임선기 시집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사실과 중립: 다시 읽는 김원일의 『겨울 골짜기』
고양이들은 밤의 감정을 노래한다: 이설야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타원형 감옥의 외부: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수록 글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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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혁명 이후의 문학
문학과 현실의 복합적 관계에 대한 비평적 관심이 집중된 계기는 2014년 세월호참사와 뒤이은 촛불혁명이다. 대전환의 계기 앞에서 우리 문학은 사회현실에 대한 폭발적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었고 비평이 이에 호응한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다만 저자는 들끓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그 ‘이후’를 탐색한다. 그 열성이 1?2부의 글들에 담겨 있다. 한 예로 87년 6월항쟁, 96년 한총련사건, 2017년 촛불혁명의 경험이 같이 담긴 황정은의 중편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와 윤이형, 김성중의 단편들을 정밀하게 읽는 가운데(「혁명의 재배치」 저자는 사소하게 여겨져온 문제와 지워져온 존재들의 무한히 많은 혁명, ‘혁명의 혁명’과 그것을 가능케 할 도약의 순간을 발견한다. 하지만 혁명에 긍지와 기쁨만 있을 리 없다. 반동의 시절에 닥치는 수치와 무력감, 다시 그것을 갱신하려는 분투는 언제나 오늘 이 자리의 것이다. 따라서 “다음을 묻는다는 것, 언제나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48면
이런 명제는 87년체제의 유산에 대한 저자의 끈질긴 탐색에서 비롯한 것이다. 개인과 일상의 차원에서 민주화는 소비자본주의의 내면화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것이 가져온 여러 층위의 변화는 현실에서 페미니즘적 각성(「완전한 타인」, 시와 윤리의 문제(「시인의 경제, 시민의 정치」,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한 시야(「『바리데기』와 흔들리는 세계체제」 등과 더불어 “사회적 빈곤 즉 소비미학 시대의 문화적 소외”(133면로도 표현되었다. 이렇게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실종시킨 연대의 감수성, 불가역적 대세로 각인시킨 각종 ‘종언론’과 그 변종들에 맞서 저자는 “달라진 세상의 감각이 새롭게 불러내는”(71면 ‘민중적인 것’의 귀환을 말한다. 김현 시의 새로움을 현실의 맥락에 연결하고 정지돈의 정보조합형 소설과 이인휘의 노동소설을 ‘과거완료’와 ‘현재진행’의 거울상 위에서 만나게 하며 김남주 시의 현재성을 조명하고 ‘리얼리티를 재장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8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