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프롤로그 일제 사진엽서ㆍ식민주의ㆍ문화정치학
제1장 천황 숭배ㆍ충량한 신민ㆍ내선일체
‘은뢰’ㆍ‘조선신궁’ㆍ발명된 신치(神治|‘조선신궁’에서 《은뢰》로 1: 사실과 환영의 교착|조선신궁에서 《은뢰》로 2: 숭경과 송찬의 문법|조선신궁의 존재론 1: ‘어진영’의 부재, ‘신비’의 세속화|조선신궁의 존재론 2: ‘신비’의 제도화, 국가 ‘귀일’의 공간|‘은뢰’ 아래의 식민지 조선, 그 ‘신광’의 이면|‘은뢰’에 감싸인 식민지 조선인의 발명|조선신궁ㆍ총력전ㆍ황국신민의 길|《은뢰》의 문화정치학이 넘어서지 못한 것들
제2장 ‘일본어-조선어 대화’의 빛과 그늘
사진엽서 속 ‘일본어-조선어’ 대화의 성격|‘우리들’의 국가어에서 ‘그들’로의 제국어로|일본 여행객의 조선어에 담긴 식민주의|조선말의 모방, 식민지 일상의 기록
제3장 식민지 민족 정서의 제국화 또는 지방화
눈과 소리와 마음의 안과 밖|시와 노래, 낯섦과 친밀함의 식민주의적 재현|《조선정시》, 뒤쳐진 ‘생활’의 전시, 식민 정서의 낭만화|《국경정서》, 제국 여성의 애국심과 연정|정시와 신민요, 사상지도의 국민가요가 되다
제4장 잘 만들어진 ‘경성’의 이중 삽화
‘전통의 왕도 한양ㆍ식민지 근대ㆍ식민 수도 경성|《경성소패》의 유람지: 총칼의 한양, 꽃의 경성|‘화농된 전통’의 계산된 점유 또는 거리두기|‘비만한 근대’의 확장, ‘조선적인 것’의 축소|‘경성운동장’ㆍ제국의 ‘학교’ㆍ국민가요|근대 천황제의 보루, ‘경성’의 신사와 병영|염천과 혹한의 길바닥과 식민지의 ‘요보’들
제5장 잘 만들어진 평양의 ‘칼’과 ‘꽃’
‘평양’을 관통한 일본의 두 총탄|전장의 평양, 일본의 승전 및 한만(韓滿 경영의 거점|평양 고적(古蹟 관광과 일본 승전의 기억|평양기생ㆍ‘색향의 꽃’ㆍ‘단장화(斷腸花’|식민통치의 주술과 부적, 평양의 신사와 병영
제6장 금강산의 여성화, 식민지 자연의 발명
식민지와 제국이 바라본 ‘금강산’들|금강산 탐승(探勝과 조ㆍ일 관광객의 시선|명승 금강산, 관능과
일제 사진엽서에 소환된
‘조선적인 것’을 향한
지배와 통치의 문화정치학
사진과 그림 배경에 일본어나 일ㆍ선어 병용의 시가, 민요와 노래, 시, 짧은 감상문, 소개문, 대화 등을 더해 대량으로 발행ㆍ유통되었던 일제의 조선 대상 사진엽서들을 다룬 연구서. 식민지기에 탄생한 이 특별한 제작물은 제국인의 이국 취향에 맞춰 제공되던 문화상품인 동시에, 일제, 곧 천황의 목소리를 내밀하게 발화하고 전달하는 통치의 매체였다. 특히 반(半개봉 형식의 소통 수단으로서 감추거나 드러내는 상반된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일본과 조선 사이의 ‘우승열패(優勝劣敗’를 견고히 해나간 미디어기도 하다. 식민권력은 이를 활용해 교감 없는 시선으로 식민지인의 모든 것을 왜곡하거나 극히 작은 요소조차 민족적인 것 전체로 부풀리는 편견과 정형의 사유와 상상력을 발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일제 사진엽서들을 관통하며 규율하는 문화정치학의 이념적ㆍ미학적 본질과 특성 그리고 방법의 문제를 검토하고 성찰하면서, 그 안에 새겨진 일제의 일그러진 식민주의적 무/의식과 욕망을 분석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식민권력에 의해 소외되었던 ‘조선적인 것’들을 향한 진심어린 호명과 환대 그리고 그 역동적인 생명력의 재발견을 촉구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스물아홉 번째 책.
일제 사진엽서의 시작
오리엔탈리즘의 관제엽서
1870년대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사진엽서는 1900년경 일본에 유입되어 러일전쟁(1904을 전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장 상황을 교신하는 매체ㆍ서신ㆍ수집품으로서 일반적 기능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이즈음 일본 사진엽서의 핵심적 역할은 강대국 러시아에 대한 승전의 기쁨, 위대한 승리를 이끈 천황과 일본군을 받드는 예찬에 있었다. 이러한 승전의식과 세계열강으로 도약한 자부심이 전쟁과 거의 동시에 추진되던 한일병합의 추진력으로 작동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예컨대 일본과 조선의 제왕은 하나의 사진엽서 속 동일한 프레임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