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서론을 대신하여
1. 관광객, ‘휴일의 군주’: ‘여행’ 그리고 ‘관광’이라는 말에 대하여
2. 여기가 아니라면: 권태에 대하여
3. ‘그곳’을 향하여: 장소의 의미론
4. 결국은 걸어서 간다: 걷기의 인문학
5. 탑승하러 가는 길: 수정궁의 후예, 공항
6. 이륙하다: 비행기, 콘도르와 앨버트로스 사이에서
7. 잠을 청하다: 집, 호텔 그리고 에어비앤비
시간 엄수를 예찬하는 사회,
우리의 경험은 빈곤해진다
“10분 내 배터리 완충” “3분 대기” “5분 후 출발”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에 관심이 많다. 시간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조정하고 규율하고 배치한다. 이러한 시간 경험이 ‘나’의 주관적 시간과 충돌할 때 인간은 분열하고 세상에 권태를 느낀다. 철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민감하게 포착했다. 하이데거의 ‘권태’ 분석이 무의미한 기다림처럼 주체의 흥미를 유발할 자극이 적은 상태에 집중했다면, 짐멜이나 벤야민은 대도시가 유발하는 엄청난 자극의 반작용으로서 권태를 말한다. 저자는 이들이 주목한 권태의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는지 검토한다. 단적인 예가 대중의 스마트폰 사용 양태다. 붐비는 전철 안의 사람들은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좀더 빠르게 흘려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본다. 또는 전철 안의 온갖 소음처럼 과도하지만 쓸모없는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음량을 높인다. 이처럼 사람들은 ‘공허하고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듯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에 몰입하지만, 저자는 사실 그 과정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외부 자극을 막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하는 더 큰 자극의 연속은 사실상 벤야민의 표현처럼 ‘경험의 빈곤화’에 기여할 뿐이라는 진단인데(2장, 이는 현대인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진단이기도 하다.
공항, 비행기, 숙소…
모든 장소에서 풍부한 의미를 구하는 인간, ‘여행자’
이 책은 ‘경험의 빈곤화’에 급제동을 거는 행위이자 권태로운 일상을 불사르는 ‘타오르는 시간’으로서 ‘여행’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삶의 시간을 중단하고 ‘그곳’을 향해 떠나는 관광객/여행자의 정체성을 고찰한다(1장. 관광과 여행을 뜻하는 『주역』의 괘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며 관광객의 ‘봄(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어떤 대상을 보아야 할지 제안한다. 현대사회의 관광객/여행자는 전통사회의 떠돌이가 아니라 휴일이면 큰돈을 쓰는 자본주의 체제의 행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