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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앙겔라 메르켈 (양장
저자 우르줄라 바이덴펠트
출판사 사람의집(열린책들
출판일 2022-10-15
정가 25,000원
ISBN 9788932922928
수량
1. 퇴장
2. 생애
3. 남자들
4. 여자들
5. 성공
6. 실수
7. 실망
8. 재앙
9. 유산

옮긴이의 글
인물 찾아보기
메르켈의 시대가 되기까지
메르켈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전환기는 아마 1989년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물리학자로서 살다가, 정계에 입문하게 된 해이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 사회는 평화 혁명과 통일 독일로, 긴박하고도 심중한 정치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었다. 그 격변의 시기 속에서 메르켈은 <민주주의 새 출발(DA>이라는 작은 신생 정당의 무명 정치인으로 정치판에 등장했다. 하지만 1년 뒤 1990년에 실시된 첫 자유선거에서 서독의 거대 여당 기민련 소속으로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되었고, 1991년에는 콜 총리에게 발탁되어 여성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분명 이례적인 일이었다. 곧이어 환경부 장관, 기민련 사무총장과 당 대표를 거쳐, 2005년 정계 입문 15년 만에 국가수반이 되었다. 이 역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정치 엘리트들을 상대로 거둔 눈부신 업적이다.
메르켈은 똑똑하고 신중하고 때로는 통찰력도 있었지만, 그 성공적인 정치 여정의 배경에는 여러 외부 요인의 작용도 상당했다. 민주주의 새 출발은 참패했지만 로타어 데메지에르 총리의 눈에 띄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메르켈의 부상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우연한 계기로 말이다. 행운은 계속됐다. 동독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 덕분에, 여성 및 가족 정책을 다룬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여성부 장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 메르켈은 기민련의 추락을 가져온 기부금 스캔들에서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사무총장에서 당 대표로 올라설 수 있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이 외면받으며 유권자들이 슈뢰더 정부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않은 결과로써 총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이 기회들을 놓치지 않은 것은 메르켈의 영민한 사고와 정치적 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메르켈이 권력의 정점,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개혁을 시도하거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대개 수동적으로만 대처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