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림의 고수’ 일곱 할머니가 펼치는 요란스러운 자기 자랑과 동물 학대범 잡기 대소동
놀이터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정자에서 할머니 일곱 명이 가로세로 널브러져 낮잠을 즐기고 있다.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도 떨고 낮잠도 자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전혀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때, 아기 고양이 그루의 장난으로 낮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의 자기 자랑이 시작된다. 수컷 새들이 모여들 만큼 실감 나게 새 인형을 뜨는 홍장미 할머니, 엄청난 자전거 타기 솜씨로 산머리에 있는 집까지 신문을 휙휙 돌리는 배달자 할머니, 떡 바구니를 수십 개씩 이고 다니며 떡을 팔던 백설기 할머니 등 할머니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지는 가운데, 놀이터에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진다. 할머니들의 어마어마한 재주를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던 그루가 동물 학대범에게 잡혀간 것이다. 일곱 할머니들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 단숨에 범인을 사로잡고 그루를 구한다.
놀이터 한구석에서 이 모든 소동을 지켜본 할머니 고양이와 그루가 주고받는 대사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봄마다 피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지랑이처럼, 할머니들의 ‘지나간 시간’, 그리고 아이들의 앞에 펼쳐질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결말이기도 하다.
■ 구성주의적 이미지와 정겨운 옛것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신선한 조형미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의 모든 이미지는 모양 자를 대고 반듯반듯하게 스케치한 직선과 곡선의 조합 위에, 명암이나 질감이 거의 가미되지 않는 또렷한 디지털 채색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작가는 다른 그림책과 달리 뻣뻣한 움직임을 의도하여 꼭두각시놀음처럼 과장된 연기를 하도록 연출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미지는 화사한 색감, 그리고 한복이나 떡 바구니, 할머니들의 울룩불룩한 몸매 같은 정겨운 요소들과 어우러져 이 책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이에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 그리고 그림책 기획 및 번역가 이지원은 ‘새로운 형식으로 옛것을 표현’함으로써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