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외고에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규칙이 있다. 바로, ‘온리 원 하버드’. 가장 우수한 단 한 명의 학생만이 선진두의 추천서를 받아 하버드에 지원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옆자리의 친구를 가차 없이 짓밟아야 함을 의미한다. 화장실에 숨어들어 밤새 공부하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연료 삼아 태워가며 공부하면, 정말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하비는 치열한 선전 끝에 두 번째 시험에서 3등을 달성하고, 세계학술대회(GSC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성취는 마치 뗏목 위에서 마시는 바닷물과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고 욕망은 건조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번아웃이었다.
GSC 이후 절친해진 하비, 로사, 단테, 진희는 ‘Harbird’라는 이름의 스터디그룹을 결성한다. ‘하버드’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는 그들이었지만, 이 고된 여정이 고작 또 다른 새장에 들어가기 위함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그 새장이 진짜 하버드라면, 뭔가 다를 테니까. 진정으로 자유롭고 높게 나는 새, 하버드 22학번이 되기 위해 수도외고라는 새장에 주저 없이 스스로를 가두는 아이들. 작가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한다.
『하버드 22학번』이 그리는 입시는 대한민국 독자라면 학생으로서, 부모로서, 또는 형제로서 대부분 경험해본 적 있을 법한 특정한 감각이다.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 대신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수심이 가득하다. 무응답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했다. 비록 그것이 가차 없는 실용주의로 점철된 수도외고일지라도. 그러나 하비는 학교에 거대한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배후에는 그토록 믿고 따랐던, 그래야만 버틸 수 있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밤새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혀 영단어를 외우다가 화장실 칸에서 맞는 아침,
외국어로 하루 종일 얘기하며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