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의 이면을 포착한 이야기 열한 편
박지원이 쓴 소설 가운데 널리 알려진 작품은 〈양반전〉과 〈호질〉, 〈허생〉이다. 세 편은 모두 조선의 사대부를 겨냥한다. 특권을 믿고 백성의 코에 잿물을 따르는 횡포, 다른 존재를 착취하고 해치면서 인륜의 도리를 논하는 위선, 명나라가 망한 지 백 년이 지나도 청나라를 얕보는 좁은 시야를 비판한다. 날카로운 풍자와 품위 있는 익살로 고루한 양반의 민낯을 들추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날아갈”(《열하일기》 〈관내정사〉 편 만큼 시원한 웃음을 준다. 재미있는 이야기 사이에 언뜻언뜻 비치는 북학파 실학자의 냉철한 현실 판단과 통찰은 당시 조선 사회의 병폐가 무엇이었으며 어떤 쇄신이 필요했는지 알려 준다.
박지원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개혁을 막는 신분의 한계와 편견을 허물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우정’을 찾아냈다. 탐구의 흔적은 나머지 여덟 편에 담겨 있다. 소설은 말 거간꾼(〈마장전〉, 똥 치는 사람(〈예덕선생전〉, 은둔 선비(〈민옹전〉 〈김신선전〉, 거지(〈광문자전〉, 역관(〈우상전〉 〈옥갑야화〉, 열녀(〈열녀함양박씨전〉 등 각계각층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에 깃든 슬픔과 기쁨과 고결함을 길어 올린다. 상대가 어떤 계층이건, 외모가 어떻건, 무엇을 가졌건 개의치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며 덕으로 벗”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조선의 주류 밖에 있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존중이 드러난 대목 곁에는 과감한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의 세련된 일러스트가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편견을 허물고 세상을 바꾸는
우정의 힘을 말하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우정론’이 있었고 박지원은 이 담론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벼슬길이 제한되어 있었던 서얼들과 교류하며 이익과 출세를 위해 아첨하는 ‘군자의 사귐’을 거부했다. 상대의 본질을 알아주는 참된 우정을 얻고자 했다. 적자와 서자, 양반과 천민, 사대부와 오랑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