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파루 - 내 생의 첫 포르투갈 도시
상 빈센트곶 - 이베리아 최남서단에서 대서양과 마주하다
라구스 - 해안절벽이 병풍처럼 에워싼 바닷가 지상낙원
리스본 - 트램과 푸니쿨라가 만든 비현실적 거리 풍경
호카곶 - 세상의 끝이면서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는 곳
신트라 - 천진난만한 원색의 페나궁
오비두스 - 왕비에게 선물한 성벽 안 사랑스러운 마을
파티마 - 온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는 성모 발현 성지
코임브라 - 검은 망토의 대학생과 마주치는 코임브라 파두의 도시
아베이루 - 도시를 흐르는 운하와 몰리세이루가 만들어 낸 유쾌한 조화
코스타 노바 줄무늬 마을 - 동심으로 돌아가 말괄량이 삐삐가 되다
포르투 - 파란색 아줄레주 끝판왕 도시의 노을에 물들다
기마랑이스 - 포르투갈 역사가 탄생하다
브라가 - 성당 도시에서 도심 꽃길과 사랑에 빠지다
에필로그
책 속에서
입국 심사도 없이 너무 싱겁게 포르투갈에 발을 들여놓았다. 포르투갈 첫 도시 파루에선 느릿느릿 거리를 걸어 다녀도 시간이 남았다. 독특한 바위들에 둘러싸인 라구스에선 환상적인 해안 풍경의 일부가 되어 지상낙원에 머물 수 있다. 리스보아라는 정겨운 옛 이름을 가진 리스본에선 노란색, 빨간색 트램과 사랑에 빠져도 좋다. 파두를 들으며 애수에 젖어도 좋고, 해 질 무렵 ‘타임아웃’이란 근사한 이름의 시장에서 하루를 마감해도 좋다. 유럽의 땅끝인 상 빈센트곶과 호카곶에서 장엄한 대서양과 마주하면 사뭇 숙연해진다. 망망대해에 아픔과 슬픔을 털어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신트라와 오비두스는 동화 속 나라로 들어간 유년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
p. 9
신트라에 진입한 지 2시간 만에 페나성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또 다른 문제는 좁은 주차 공간. 그런데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 찾아왔다. 매표소 근처에 주차했던 차가 우리 앞에서 출차한다. 꽉 막힌 도로에서 느낀 짜증과 초조함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쾌재를 부르며 그 자리에 주차하는데 뒤따라오던 차들이 우리에게 나갈 예정이냐고 묻는다. “노!”를 몇 차례 외치고 매표소로 향했다. 안내원이 페나성 내부를 관광할 것인지 묻는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는데 성 내부를 볼 것인지 묻다니…. 안내인 말로는 내부 관광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단다. 기다림의 인고는 이미 충분히 겪은 터라 잠시 고민했다. 어렵게 성에 도착했으니 외부만이라도 보기로 했다.
p. 100
지금, 현재가 우리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지금 20대도 30대도 아닌 60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내 남은 삶의 가장 눈부신 화양연화를 통과하는 중이다.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도시와 거리에서 헤맬지언정 또다시 길 위에 있을 것이다. 2021년 출간된 2천 쪽에 육박하는 소설 『돈키호테』를 읽고 전의를 불태우는 중이다. 돈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