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8
첫 번째 산책 경의선숲길 1 철거민 강정희의 기억 15
두 번째 산책 경의선숲길 2 젠트리피케이션이 밀어낸 것들 37
세 번째 산책 용산 망루의 기억 59
네 번째 산책 아현 아현포차와 박준경의 기억 85
다섯 번째 산책 독립문 사라진 골목의 기억 105
여섯 번째 산책 상계동 올림픽이 밀어낸 자리 121
일곱 번째 산책 서울역 홈리스의 기억 141
여덟 번째 산책 청계천 가난을 걷어 낸 자리 167
아홉 번째 산책 광화문 1842일, 광장의 기억 187
열 번째 산책 종로 쪽방촌 주민의 기억 213
열한 번째 산책 잠실 잠실포차 김영진의 기억 229
나가며 260
# 반빈곤활동가가 만난 거리의 사람들1 : 노점상, 철거민…평범한 이웃의 얼굴들
도시가 새로워질 때마다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각 공간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저자가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 사이에서 기억해 낸 사람들이다. 경의선숲길 주변의 아파트 단지들, 용산의 빌딩숲, ‘마래푸’가 들어선 아현동에서 반빈곤활동가 김윤영은 텐트를 치고 농성하던 사람들, 망루를 짓고 올라간 사람들, 빈집을 옮겨 다니며 잠을 청했던 사람들을 본다. 모두 도시 재개발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철거민’이나 ‘노점상’ 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자기 땅도 아닌데 보상을 해달라고 떼쓰는 사람” “세금도 안 내면서 장사하는 사람”으로 비치곤 하지만, 김윤영이 전해 주는 신계 강정희, 두리반 안종녀, 아현의 박준경, 잠실포차의 김영진 등의 이야기는 모두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 각자의 터전에서 아둥바둥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삶들이다.
강정희는 시골에서 상경한 부모님과 함께 신계동 달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부엌 창을 열면, 도원동 철거민들이 지은 망루가 보였지만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고 남의 일로만 알았다. 이른 나이에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었던 그녀에게 신계동 그곳은 판자촌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정겨운 이웃들과 딸과 함께한 추억들이 살아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진다. 철거용역들의 위협을 견디다 못한 이웃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아랫집은 자살했으며, 자기 집도 외출한 사이 철거당했다. 지금도 그녀는 그때 빼앗긴 세간살이가 생각난다. 그래서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습관도 생겼고, 오랜 노숙농성 탓에 지금도 깨보면 앉아서 선잠을 자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300에 20짜리 아현동 단층집에 살던 1981년생 박준경은 자신이 살던 곳이 재개발 구역이 아닌 재건축 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하루아침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 갈 곳이 없었던 모자는 이대로 내쫓기지 않기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