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의 시대, 국가와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복합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3고의 위기를 맞닥뜨리며 경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가 동반하는 초대형 복합위기로서 퍼펙트 스톰을 연상케 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역사상 최고”이며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불평등 심화와 복지 후퇴, 정치?경제적 양극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긴장 고조, 기후 위기 등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인 복합 위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해야 할 국가와 정치에 대해 사람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사회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 책은 기업과 엘리트의 이익에 포획되어 있는 자유주의 국가는 지금의 복합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국가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성과 그를 추동할 힘으로서 시민권력과 심층 민주주의를 호명한다. 그리고 그 정당성에 대한 이론적, 역사적 근거와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깊이와 설득력 있는 설명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국가의 배신과 시민권력의 새로운 정당성
17, 18세기 계몽주의와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등장한 민주주의 이념은 집합적 복지뿐만 아니라 정치 공동체의 자유로운 시민인 개인의 자유 및 복지와도 관련된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동시에 이러한 자기실현의 과정을 통해 사회 전체가 발전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국가와 정부가 이러한 민주적 요구와 이상의 달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근대 정치의 정당성을 이루는 기초이다. 이러한 신뢰에 대한 위반은 국가의 배신이라 표현할 수 있다. 시민과 맺은 정치적 계약을 뒤집는 국가의 배신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핵심 징후로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