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다람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토끼 학생들이 토끼 학교로 줄줄이 향하는 등굣길, 눈에 띄는 학생이 하나 있다. 짧은 귀, 아담한 몸집, 삐죽 나온 주둥이 그리고 오동통한 꼬리. 온통 토끼로 가득한 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학생은 다름 아닌 다람쥐 리승이다. 리승은 자기 몸집보다 한참 큰 책상에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작은 가방을 걸어두고 수업을 듣는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야 겨우 글씨를 쓸 수 있는 이 자그마한 이방인을 유심히 바라보는 한 학생이 있다. 토끼 우사토는 리승과 함께 놀고 싶어 리승 주변을 맴돌지만 오늘도 말을 걸지 못한다. 우사토가 리승에게 좀처럼 다가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장벽이다. 우사토와 리승은 쓰는 언어가 달라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리승에게 말을 걸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집으로 가던 우사토는 다른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인 리승을 발견한다. 친구들은 리승과 놀고 싶어 나무에 매달린 리승을 이리저리 건드리지만, 리승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재미가 없다며 이내 떠나고 만다. 우사토는 나무에서 내려온 리승과 귀갓길을 함께한다. 친구들이 장난을 칠 때도, 우사토가 자기와 함께 놀지 않겠냐고 물을 때도, 마중 나온 엄마에게 달려갈 때도 리승은 그저 짧게 한마디 말한다. “뽀.”
리승과 우사토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가까워진다. 리승의 집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된 우사토가 생소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하자, 리승은 곧바로 싱싱한 토끼풀을 잔뜩 뜯어 온다. 어느 날은 다른 아이가 놓친 풍선이 나뭇가지에 걸리자 리승이 풍선을 되찾아 주고, 그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며 논다. 리승과 우사토는 피서를 즐기고, 도토리와 사과를 따고, 언덕을 뛰놀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럴 때마다 리승은 이렇게 말한다. “뽀 뽀!”
하지만 이별의 순간은 갑작스럽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리승이 또다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그 뒤로 리승은 우사토를 피해 다니고, 우사토는 자기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