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꿈꿀 수 있던 곳, 옥상 바닷가
이 책의 원제는 “Tar Beach”이다. 갈 수 있는 야외라고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 옥상밖에 없던 빈민가 사람들은 검은색 방수 페인트, 타르가 발라진 옥상을 해변이라 부른 것이다. 흑인 소녀 캐시의 가족도 무더운 여름밤이면 이웃들과 함께 타르 비치, 옥상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은 음식을 차려놓고 카드놀이를 하고, 아이들은 매트리스 위에서 즐겁게 논다. 캐시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기 것처럼 느껴졌다. 캐시는 그곳에서 소망하는 것들을 상상한다. 어디든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기를. 아빠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를,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기를…
어느 날, 별들이 쏟아져 내려와 캐시를 두둥실 밤하늘 위로 들어 올려 주었다.
“캐시 루이스 라이트풋, 이제 겨우 여덟 살이지만 난 날 수 있어요.
가고픈 곳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죠. 언제나, 언제까지나.”(13쪽
어른들은 카드놀이를 하느라 눈치채지 못했고, 매트리스에 함께 누워있던 동생 비비는 캐시가 시키는 대로 가만히 누워 누나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캐시가 원하는 곳을 날기만 하면 그곳은 캐시의 것이 된다. 아빠가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조지 워싱턴 다리 위를 날면 다리가 캐시의 것이 되고, 아빠의 노동조합 건물 위를 날면 그 건물을 아빠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아빠는 부자가 되어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엄마는 행복한 얼굴로 늦잠을 즐길 수 있게 되고, 캐시의 가족은 아이스크림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된다.
멋지게 나는 법을 알게 된 캐시는 동생에게, 결국 독자 모두에게 나는 법을 알려 준다.
“나는 건 아주 쉬워. 누구나 할 수 있어.
네가 가려는 그곳을, 날아서 갈 수 있는 그 어딘가를 떠올리기만 하면 돼.
그러면 어느새 넌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날고 있을 거야.”(27쪽
기억의 조각보, <옥상 바닷가>
그림책 《옥상 바닷가》는 이 책의 말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