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병이 스스로 작동하게 하고 싶다”
정신의 여행자
나는 인간의 땅을 여행했네
남자들과 여자들의 땅을
그리고 차가운 땅의 방랑자는 결코 알지 못했을
그토록 무서운 것들을 듣고 보았다네
― 윌리엄 블레이크, ?정신의 여행자?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정상’을 벗어난 ‘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걸까.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명확한 선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우리는 시대마다 다른 문화와 전통 안에서 결정된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을 진리라 믿으며 산다. 그러나 『멘탈 트래블러』는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다양한 삶의 한 형태일 수 있음을, 또 우리가 정상이라 믿는 것이 오히려 광기의 한 형태일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멘탈 트래블러』는 정상과 비정상, 그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이 보고 듣고 탐험한 세계를 창조적 방식으로 증언하려 했던, 또 자신의 체험을 ‘광기’로 규정하며 배척하는 질서 세계를 탐구했던 어느 이름 없는 예술가의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이다. 동시에 그 여정을 함께한 그의 여행 친구이자 보호자인 아버지가 써내려간 특별한 여행기이며, 정신병에 대한 귀한 기록을 담은 ‘광기의 역사’의 미시적 사례사이기도 하다.
21세(외국 나이로 19세의 나이에 조현병 진단을 받은 가브리엘 미첼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정신의 여행자> 속 화자처럼 ‘남들은 결코 알지 못했을’ 무서운 소리와 형상을 듣고 보는 고통을 겪는다. 그는 그 고통을 부정하거나 증오하는 대신 무의식의 심연 위에서 서핑 하듯 파도를 타며 정신의 바다를 여행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경험한 카오스적 세계를 질서의 세계 속에 펼쳐 보이려고 시도했다. 그가 남긴 영화, 그림, 시나리오, 글 등이 그의 노력을 증명한다.
정신의 여행자 가브리엘이 여행한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리고 그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하고 돌아와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발병과 진단,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