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_내 별명은 너구리
내 별명은 너구리 / 다람쥐의 봄 / 꽃피는 장날 / 나는 기러기 엄마 / 오늘의 뉴스 / 끈 / 횡단보도 앞에서 / 비 그치면 / 가을빛 좋은 날 / 못 참겠다 / 왕을 만든 컵 / 빗방울 소풍 / 아침 바다 / 말 신호등 / 인사 / 새봄이 폈다 / 마음을 심는다
제 2 부_야옹이 병문안
학원 가는 길 / 왔다 / 바다 산부인과 / 꽃심 / 야옹이 병문안 / 덧날까 봐 / 글길 / 우리 집 강아지 / 코끼리 할아버지 / 만든다 / 담았다 / 달렸다 / 사라졌다 / 익어 간다 / 밖에서 친구가 부르면 / 마녀와 인어공주
제 3 부_참 다행이다
차오른다 / 친구야, 놀자 / 사과나무 / 아침햇살 / 다시 피는 노래 / 발가락들이 웃는다 / 나 지우기 / 꽃다발 / 참 다행이다 / 봄날 / 내 이름은 나오행 / 미얀마 아이들 / 우리는 어린이입니다 / 우크라이나의 눈물 / 툭하면 / 포도송이 / 이야기 여행 / 그래도 그래도
제 4 부_염소만 못 갔다
옷 무덤 / 여우와 토끼와 꿩 / 염소만 못 갔다 / 꽃밭에서 / 뽕긋빵긋 / 봄 이야기 / 여름 이야기 / 가을 이야기 / 겨울 이야기 / 비꽃이 피었습니다 / 숨구멍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휴지 / 꽃 / 갈매기 생각 / 터트리는 힘 / 꿈속에서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고 힘이 되는 동시_이준관
해가 너무 따가워
가느다란 전봇대 그림자 밟고 섰다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내 옆에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
그 옆에 또 한 사람
그 옆에 또 한 사람
전봇대 그림자 밟고 나란히 서서
한 뼘씩 한 뼘씩
자기도 모르게 그늘을 만든다
―「횡단보도 앞에서」 전문
화자는 땡볕의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아직은 빨간불이고 언제 초록불로 바뀔지 모른다. 해가 너무 따가워서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화자는 가느다란 전봇대 그림자에라도 의지해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보려 한다. 그런 화자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그 옆에 또 한 사람/그 옆에 또 한 사람”이 나란히 선다. 처음 시작은 땡볕을 피하기엔 너무 가느다란 전봇대의 그림자였지만, 그것을 밟고 선 내가 또 하나의 그림자를 만들고, 이 그림자는 또 다른 누군가를 불러와 다음 사람을 위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의 그림자는 곧 타인에겐 그늘이 된다. 공존하는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누군가에게 그늘로 기꺼이 제공하는 것이 아닐는지, 이 시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공존해야 하는 존재는 같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인은 『발가락들이 웃는다』의 많은 지면을 동물에 대한 작품에 할애하고 있다. 「내 별명은 너구리」「다람쥐의 봄」「나는 기러기 엄마」「오늘의 뉴스」「우리 집 강아지」「달렸다」「여우와 토끼와 꿩」「어쩔 수 없는 일이다」「갈매기 생각」「꿈속에서」 등이 그러한 작품이다. 그중 「나는 기러기 엄마」는 부화기에서 막 깨어난 새끼 기러기를 엄마처럼 보살피는 화자가 등장한다. “커다란 종이상자 안에 신문지 쫙 펴서 깔고 집을 만들어” 주자, 아기 기러기들이 “연예인 대통령 얼굴도 가리지 않고/부지직 뿌직 뿌지직 뿌직” 한다는 장면은 유쾌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아기 기러기에게 유명인과 권력자가 무슨 소용일까? 이는 아기 기러기를 키우는 어린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기러기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화자는 그저 “혼자 킥킥”거리며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