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할매네 옥탑 텃밭에는 사계절 내내
싱그럽고 넉넉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비슷비슷하게 생긴 주택이 잔뜩 늘어선 동네 어느 삼 층 건물 옥탑에 ‘봉숭아 할매’가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혼자 살지만, 혼자 사는 게 아니에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부르지 않아도 달려와 반겨 주는 고양이도 한 지붕 아래 함께예요. 할머니네 집은 크지는 않아도 있을 건 다 있고, 빈터 구석구석 꽃이며 텃밭 채소들을 심을 수 있으니 남부럽지 않답니다. 할머니가 심은 온갖 식물은 모두 햇살과 비바람을 맞으며 쑥쑥 자라 줘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할머니네 옥탑은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이자 꼬마들의 놀이터이고,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이기도 해요. 누가 찾아오든 봉숭아 할매는 푸근한 웃음으로 맞아 주지요.
할머니는 별명도 많아요. 아이들에겐 ‘옥상 할머니’라고 불려요. 해마다 빼놓지 않고 봉숭아를 심고, 꽃이 피면 손에 봉숭아물을 들여서 ‘봉숭아 할매’이기도 하고요. 아마 같은 이유로 동네에선 ‘봉숭아댁’으로 불릴지도 모르죠. 불러 줄 이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할머니네 옥탑과 할머니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봉숭아 할매는 개나리가 활짝 피고 나무에 봄기운이 살포시 내려앉으면 특히 분주해집니다. 맨드라미며 봉숭아 같은 꽃과 상추, 수박, 토마토, 파까지 채소와 과일 모종을 심을 때거든요. 화분이 여의치 않으면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낡은 주전자도 이 나간 항아리도, 못 쓰는 냄비도 모두 화분이 된답니다. 아랫집에 사는 꼬마 은지도 거들겠다며 올라와 흙장난을 하고요.
이렇게 심어 놓은 꽃이며 채소와 과일은 자연이 무럭무럭 키워 줍니다. 햇살과 바람, 시원한 비까지 영양을 담뿍 주면서요. 물론 할머니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잡초도 솎아 주고, 달팽이도 잡지요. 수박이 무르익고 맨드라미가 활짝 꽃피우는 여름이면 ‘봉숭아 할매 풀장’이 열립니다. 매미 소리를 배경 삼아 옥탑 풀장에 몸을 담그고 먹는 수박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