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은 죽음과 고통, 상실감이 어른거리는 현재 상황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이며, 떠나간 친구의 빈자리를 기억하며 단단해진 우정을 확인하게 되는 성장담이다. 부재하는 인물을 기억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성장해 나가는 어린이들이 믿음직스럽게 그려졌다는 것이 반갑다.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심사위원 최나미, 김민령, 김혜정
내 친구 기소영은 ‘이제 없다’
일요일 밤, 같은 반 학부모 채팅방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들여다보던 엄마가 채린이에게 말한다. 부반장 소영이네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소영이의 동생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사망했다고. 그 말을 듣고도 채린이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채린이가 반장이니까 등굣길에 국화꽃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책가방을 마저 챙기면서도, 잠자리에 누워서 곱씹어 보아도 멍멍할 뿐이다. 왜 슬프지 않지? 내가 이상한가? 나와 소영이는 그만큼 친하지 않았던 걸까? 울지 않는 나를 다른 아이들이 나쁘게 보면 어쩌지? 채린이의 당황스러움은 다음 날 교실에서도 이어진다.
바로 앞에선 선생님이 울고, 뒤에선 아이들이 울었다. 내 눈도 뜨거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반 전체를 휘감은 울음소리가 아주 먼 데서 나는 것만 같았다. 짝꿍이 나를 흘깃 쳐다봤다. 괜히 오해받을까 봐, 난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로 양 뺨을 가려 버렸다. (18쪽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린이 인물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 채린이의 반응은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것과는 무척 다르다. 주인공 채린이와 독자들은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 눈물이 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채린이의 감정 변화를 차분히 따라가 보면, 죽음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려 온 ‘자연스러운’ 애도의 풍경이 어린이에게 다분히 낯선 것임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인식은 다분히 사회적인 학습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조부모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