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지식의 발견 뒤에 가려진 이름 없는 이들
15세기 초, 포르투갈의 알가르베 조선소에서는 최초의 쾌속 범선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이렇게 소리쳤다 - “까라 벨라(Cara bella! 정말 아름다워!”
그의 이름은 ‘라 벨라(La bela’. 언제나 제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자신의 별로 삼고, 하늘의 인도에 귀를 기울이며, 이름 없는 수많은 선원과 함께 아무도 닿은 적 없는 물길을 헤치며 세계를 넓혀 나간 최초의 쾌속 범선이다.
‘라 벨라’는 비록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항해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산타 마리아’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세계 곳곳 미지의 영역을 탐사한 최초의 기록을 지니고 있다.
‘라 벨라‘에게 신대륙 발견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새로이 만나게 된 하늘과 바다였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항해를 인도해 준 북극성과 남십자성이었으며, 무엇보다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간 이름 없는 선원들이었다.
역사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구체적인 결과와 이름들이다. 하지만 정작 역사를 만들어간 것은 그 이면에 묻힌 꿈과 도전과 용기의 과정들임을, ’라 벨라‘는 우리에게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지구과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더라도 라 벨라와 함께 바다를 가로지르면 자연스레 적도를 넘나들고, 자오선과 회귀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된다. 꿈 많은 쾌속 범선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세계를 누비다 보면 어느새 세계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익히 들어 온 모험가들과 당대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추천사
나는 왜 이제야 이 책을 발견했을까? 20년 동안이나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내 눈에 들었을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책의 저자 드니 게즈는 이른바 ‘통섭형 인재’의 전형이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쳤던 그는 역사는 물론 수학과 과학, 그중 특히 지구과학을 전공한 학자다. 그런 박학다재한 과학자가 쓴 소설은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장 훌륭한 배움은, 배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