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바람보다 빨리 눕는 풀의 고민에 대하여
1장. 민족주의, 제국의 욕망과 동행하다
가슴 벅차오르는 만주 벌판 / 『남방의 처녀』, 식민지인이 꾸는 제국의 개꿈? / 「붉은 산」: 제국의 국책과 조선인 민족주의의 잘못된 만남 / 팽창 욕망을 정당화한 식민사학, 만선사관과 반도적 성격론 / 황군 깃발 아래 백마 달리던 고구려 쌈터로 / 일본제국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조선인 / 진정한 친일 청산이 필요한 곳
2장 식민지근대화론 넘어서기
어쩌다 일베가 될까?: 일제시기의 쌀 ‘수출’ / 쌀 수출의 시장 메커니즘: 『탁류』의 사례 / 생산자 농민의 삶 / 식민지근대화라는 트라우마? / 식민지근대화론: 일제시기에 근대적 경제성장이 일어났다? / 식민지근대화론이 드러낸 한국 학계의 초상 /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비판 / 농지개혁 없이 근대화가 가능했을까? / 먼저 파이부터 키우자는 주장 / GDP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제헌헌법을 보라
3장 실력을 쌓아서 좋은 일 하자는 말
“힘을 키워서 세상을 바꿔라” / 식민지에서 의사로 산다는 것 / 조선인 의사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민족 차별 비판과 사회적 연대감의 계기를 이루다 / 의사들, 신지식의 대표이자 인격자가 되다 / 누가 악덕 의사였나? / 유상규의 격분과 조선인들의 ‘값싼 동족애’ / 식민지 의사들의 마지막은 / 식민지 전문가의 행복, 좁고 위태로운 길
4장. 프랑스와 독일의 과거사 청산: 역사에는 단판승부가 없다
과거사 청산을 잘한 프랑스와 독일? / 한국-일본과 프랑스-독일 관계를 비교해 보면 / 레지스탕스의 나라 프랑스라는 신화 / 비시 정부 불법화를 통해 숨기려 했던 것 / 다시 시작되는 과거사 논쟁: 클라우스 바르비의 경우 / 폴 투비에, 거짓에 기초한 단죄 / 르네 부스케, 교수형에 대한 밧줄의 협력? / 모리스 파퐁, 정계에서 출세하고 천수를 누리다 / 과거사 청산의 신화가 가린 감추고 싶은 진실 / 과거사 논쟁: 현재진행형의 정치 / 독일의 양심, 귄터 그라스의
우리 안에 스며든 친일: 성장제일주의
“먼저 파이부터 키우자”
일제시기 동안 한반도는 연평균 3% 후반의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에 속하고, 토지조사업을 통해 근대적 토지제도가 창출되었으며, 근대적 지식과 기술을 익혀 기업 경영과 국가 관리의 경험을 획득했고, 나아가 이 시기의 성장을 기반으로 196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 『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 통계를 바탕으로 주창한 식민지근대화론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식민지근대화론의 실증적 문제와 비판은 65~75쪽 참조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 일제시기 일본인과 조선인의 소득 격차를 포함한 불평등이 민족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성장 초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불평등 확대이며, 경제성장이 충분히 진전되면 불평등이 줄어들고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른바 파이를 키우려면 당장의 불평등 확대는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에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200년 이상에 걸친 각종 통계로 볼 때 경제성장이 자동적으로 불평등을 교정해주지 않았다. 20세기 전반의 불평등 감소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영향, 20세기 중반의 장기간 평등은 복지국가의 성장과 함께했다. 한반도 농민의 삶은 식민지공업화가 아닌 해방 이후의 농지개혁을 통해서였다.
식민지근대화론의 본질적인 문제는 식민 지배를 미화한다는 차원을 넘어 분배와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GDP 중심의 성장제일주의에 있다. 독립의 참뜻은 단순히 지배자를 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고, 민족 구성원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데 있었다.
실력양성론 비판
“왜 선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을까”
식민지 시기 최고 엘리트로 선망받는 의사직. 그들이라고 식민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직 의사 면허를 따기 전 의학전문대학을 다니던 청년 학도들도 3·1독립운동에 나섰다. 3·1운동으로 구속되어 재판에 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