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Memory Lane
추억을 함께 나눈 몰스킨 노트
14 Timeline
시대별 핵심 제품군의 흐름을 담은 몰스킨의 연대기
16 Into the Market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한 몰스킨 숍과 카페
22 Opinion
아티스트 이자벨 부아노
26 Lineup
브랜드의 행보를 보여주는 몰스킨의 제품군
32 Values
핵심 제품인 노트를 돋보이게 하는 상징적 요인
42 Alternatives
독자적 캐릭터를 갖춘 경쟁 노트 브랜드들
46 Opinion
만화가 허영만
52 My Tools
몰스킨을 작업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
62 On the Desk
몰스킨이 놓인 크리에이터의 책상
70 Opinion
문구 브랜드 오너 실비 베타르
74 Shops
몰스킨의 가치를 알아본 유럽 3개 도시의 리테일 숍
84 Pairing
몰스킨과 함께 쓰면 더욱 빛나는 물건들
90 Recorded
기록의 힘
98 Brand Story
몰스킨의 탄생과 성장
104 Manufacturing
환경친화적 노력을 기울인 제조 과정
106 Collaboration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특별 에디션
108 Creative Relationship
몰스킨이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네가지방식
110 Timeless Thoughts
몰스킨의 스토리텔링을 만든 예술가의 문장
114 Interview
아리고 베르니 회장
116 Figure
몰스킨의 현재를 보여주는 숫자들
119 References
121 Outro
예순두 번째 매거진 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에 입문한 때였을 겁니다. 미숙한 초년생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선 ‘사회적 무기’ 같은 게 필요했죠. 업무 관련 미팅 자리에 운동화 대신 앞코가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스타벅스 사이렌 로고가 선명한 일회용 컵을 들고 나가는 일은 일종의 자기 주문이었습니다. ‘뉴욕에 살며 진취적이고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한 여성’을 롤모델처럼 삼았던 당시 시대 분위기의 영향이었겠지요. 실제로 업무의 성과에 하이힐이나 스타벅스 로고가 얼마나 기여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던 뉴발란스 운동화 역시 러닝화로서의 기능보다는 창의성을 상징하는 ‘토템’으로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을 겁니다. ‘고급 수트를 차려입을 땐 일부러 타이맥스 손목 시계를 찬다’는 어느 ‘증권맨’의 말을 들었을 때, 그의 타이맥스 시계 역시 유연하며 창의적인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물건이라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몰스킨의 노트 역시 제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토템’의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용성만 갖춘 스프링 노트나 조악한 디자인의 팬시노트 사이에서 몰스킨 노트의 등장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광택과 질감이 살아 있는 커버, 둥글린 모서리, 노트를 고정하는 고무 밴드, 미색의 속지 등. ‘노트계의 리모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만큼 스마트하게 디자인한 물건이었죠. 문구전문점을 벗어난 서점 위주의 판매 전략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담담하지만 자기 목소리가 확실한데다 값도 조금 나가는 노트가 왕성한 지식욕을 가진 이들의 눈에 드는 건 시간 문제일테니까요. 디자인 뿐 아닙니다. 몰스킨의 노트엔 신지식인을 사로잡을 만한 ‘설화 아닌 설화’가 있었습니다. ‘마티스와 피카소, 헤밍웨이가 쓰던 노트’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문구는 몰스킨의 로고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꼬리표로 기능해왔습니다. 현대적 감각의 외형에 전통적 가치까지 더해진 모습에 반해, 몰스킨을 쓰는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