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952년 9월, ‘호텔 데 뱅’(Hotel des Bains의 테라스에서
1. 탄생의 비화
그는 움직이는 기차에서 태어났을까?
2. 고향 리미니에서의 학창 시절
저널리즘을 꿈꾸며
3. 로마로의 출발
로마에서의 ‘보헤미안 시절’
4. 언론계 입문
시사지 ‘마르카우렐리오’의 만평 작가
5. 드라마작가의 탄생
인기 라디오 방송 작가
6. ‘미스 줄리’
아내 줄리에타
7. 시나리오 작가 수련생
차바티니의 작은 노예
8. 모던 코미디언
희극 스타 알도 파브리치와의 만남
9. 왕성한 시나리오 작가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계속 쓰다
10. 전쟁 중의 결혼
매일 반복되는 죽음의 공포
11. 이탈리아의 발견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조감독 시절
12. 둘이면 더 잘 쓴다
평생의 협업 작자 툴리오 피넬리
13. 여행하는 파티
알베르토 라투아다와 피에트로 제르미의 조감독
14. ‘버라이어티 쇼의 불빛’(1950
데뷔는 공동 연출
15. ‘백인 추장’(1952
펠리니, 니노 로타와의 인연
16. ‘비텔로니’(1953
청춘이여 안녕
17. ‘결혼중개소’(1953
약간은 카프카처럼
18. ‘길’(1954
현실은 우화다
19. 펠리니와 여성들
펠리니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
20. ‘사기꾼들’(1955
사기의 순교자
21. ‘카비리아의 밤’(1957
길거리의 선한 영혼
22. ‘아니타와의 여행’
자전적 내용의 미완성 작품
23. ‘달콤한 인생’(1960
베네토 거리의 뜨거운 여름
24. 공공의 죄인
‘달콤한 인생’이 일으킨 사회적 공분
25. 영화사 ‘페데리츠’의 설립과 문제들
파졸리니와의 만남과 갈등
26. 꿈의 남자
카를 융의 세계 입문
27.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1962
모럴리스트 풍자극
28. ‘8과 1/2’(1963
구이도의 의식
29. ‘영혼의 줄리에타’(1965
울고
잘 된 감독 평전은 크게 세 가지 미덕을 포함한다. 먼저 평전 대상, 곧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취재와 자료 수집,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저자의 인격을 걸고 벌이는 지적 전투 같은 것이다. 마치 초상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화가에게 가능한 그림인 것과 같다.
둘째, 개인의 특정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정치역사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펠리니는 왜 영화 속에 파시스트들을 그렇게 자주 등장시켰을까? 이탈리아 파시즘의 이해 없이 펠리니라는 사람을 알기는 어렵다. 펠리니는 파시즘과 함께 고스란히 성장기를 보냈다. 이를테면 아르놀트 하우저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특정 미학을 설명하기 위해, 당대의 정치역사를 통찰하듯, 감독 관련 역사적 배경에 대한 풍부한 해석이 있으면, 우리의 이해는 깊어진다.
셋째, 당연하게도 영화에 대한 이해다. 예술가 평전이 어려운 게, 인간적, 정치역사적 식견을 갖춘 필자도 해당 예술까지 이해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예술을 좋아하는 것과 전공 수준의 지식을 갖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간격일 것이다.
저자 툴리오 케치치는 이 세 가지 미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중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영화 전문기자였다. 이 신문은 프랑스의 ‘르몽드’처럼, 사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급의 일간지다. 현역일 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관련 언론인이었다. 기자답게, 펠리니의 출생 관련 서류까지 샅샅이 뒤져, 사실에 가장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평가받는 기자들의 깊이 정도는 가졌다고 상상해도 될 것 같다. 특히 카를 융 심리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달콤한 인생’ 이후의 작품 해석은 그것 자체가 펠리니라는 한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시의성과는 떨어져 살 수 없다. 곧 정치역사에 관해 늘 촉을 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