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술 행위는 작가의 실존을 담보한다. 추상이든, 구상이든, 형상이든, 실험이든, 전위든 작가의 입장과 체취가 자동으로 작품에 반영되어 나와서다. 그러나 작업의 내포와 외연을 넘나드는 지향적 생각이나 태도에 따라 작품은 작가의 개별적 실존을 넘어선 사회적 리얼리티로 의미와 맥락이 전치되거나 확장도 된다. 작품은 작가 개인의 존재론적/미학적 문제로부터 타자에게로 감각과 인식의 너비를 팽창하는 소통성을 담보해서 그렇다.
이동환의 근작은 작가의 개별적 실존과 우리 근대사를 아우르는 내용의 회화/목판화의 길항을 통해서 작업의 폭이 확장되는 과정 같다. 다른 시선에서 보자면, 선명할 정도로 이질적인 내용과 장르가 이동환식 조형-형상성으로 상호 밀착되어가는 프로세스로도 보이고. 30여 년 지속해온 회화와 근래 시작한 목판화가 상호 침투하는 장르 간 이종교배, 그런 탐색과 시도가 이번 <고래뱃속>의 기획 의도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그런 두 장르와 내용을 동시에 수용하려는 이동환의 새 프로젝트 시작점으로 이번 작업을 정의하면 될 듯하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결국 과거 작업에 대한 자기 갱신이다. 회화 작가 이동환의 실존적 사유와, 목판화가 이동환의 리얼리스트적 역사의식이 자신의 과거 작업으로부터 변증법적 변주를 감행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확장된 작업관을 실행하기 위한 실험에 해당하는 것이니까. 이 말은 물론 나의 뇌피셜이다. 그러나 가끔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는 그의 작업 의지와 지향성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진행해온 결과물을 보았기에, 나름 확신을 갖고 발설하는 것이다.
● 김진하 / 나무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