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해야 덕후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이라는 것을 하고는 했다. 매미, 잠자리도 그 대상이긴 했지만, 가장 많이 잡는 것은 아무래도 나비였다. 그 숙제를 통해서 선생님들은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원했을지 모르지만, 친구들 중 어느 누구도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갖지는 않았고, 더구나 덕후가 되는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덕후라 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덕질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인 허먼 스트레커는 5만 개의 표본을 남겼고, 금융가 월터 로스차일드는 225만 개의 나비 표본을 남겼다. 마리아 자빌라 메리안이나 헨리 월터 베이츠는 몇 개의 나비 표본을 남겼을까? 이 정도 덕후가 되어야 덕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한 덕후이다. 이렇게 책에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나비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렇게 많은 덕후들이 생겼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나비의 색이 아름답고, 나는 모습이 우아해서이지 않을까? 그게 시작점일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 덕후들이 어떻게 나비를 연구했으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비를 연구했으며, 그러한 연구가 학문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비의 생태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연구자들이 갖는 태도나 열정에 더 많은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또한 자연과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의의가 있겠다. 더하여 우리 사회가 이 기후변화의 시기에 자연에서 자꾸 떠밀려 떠나는 여러 다른 생물종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실려있다.
이 책은 인간이 나비와 맺어온 관계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에서는 과거 나비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이 진화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