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놀아보자, 엄마는 모를 테니까!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 유진이는 엄마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집으로 돌아간다. 유진이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이며 가방이며 한달음에 내팽개친다. 유진이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들떠 있고 서두르는 걸까? 유치원에서 그려 온 엄마 얼굴을 얼른 자랑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유진이가 들어오기 무섭게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이고, 유진이 너!” 엄마는 유진이가 아무렇게나 던져 둔 신발과 가방, 양말을 제대로 정리하라고 꾸짖는다. 잔소리는 여기서 그칠 줄 모르고 따발총처럼 쏟아진다. 집에 오면 손부터 씻어야지, 눈 만지면 안 돼, 뛰지 말고 살금살금 걸어야지, 장난감도 안 치웠네……. 유진이 위로 잔소리가 하나둘 쿵쿵 얹힌다. 유진이는 점점 엄마 말에 짓눌리더니 콩알만큼 작아진다.
유진이는 잔소리 폭격으로 맞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엄마 눈을 피해 마음껏 장난치고 놀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다! 유진이는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옷부터 제멋대로 벗어 던지고 본격적으로 집 안을 들쑤신다. 과자가 가득 든 봉지에 들어가 마시멜로를 오물오물 먹고, 핫케이크 가루를 엎어 썰매를 탄다. 엄마 화장품을 얼굴에 잔뜩 바르고는 시리얼이 동동 떠다니는 우유 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엄마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가 타잔처럼 착지한 곳은 강아지 뭉치의 폭신한 털 위다. 뭉치에게 쫓기던 유진이는 그제야 원래대로 돌아갈 마음이 든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야 하지?
그때 어디선가 풍겨 오는 냄새에 유진이의 콧구멍이 절로 커지고, 덩달아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몸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제 크기로 돌아온 유진이는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핫케이크를 음미한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가 초인종을 울린다. 유진이 할머니의 깜짝 방문이다. 할머니는 보자기에 싸 온 참기름에 김치, 온갖 반찬을 부린다. 누가 한 핏줄 아니라고 할까, 엄마에게 한바탕 잔소리가 쏟아진다. 청소를 하는 거니 마는 거니,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 만날 시켜 먹기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