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놀라운 힘을 담은
환상적인 모노타이프 판화 그림책
세상은 온통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현실의 고난을 이겨냈고, 미래의 불안을 달래며 꿈을 향해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지요. 《첫눈》은 이란의 엘함 아사디 작가가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나오는 구조로 어린 소녀는 첫눈이 내리던 날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잊지 못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눈’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이야기해 줄게.”
“옛날 아주 먼 옛날 페르시아라는 나라에 나네 사르마라는 여인이 살았단다. 긴 머리카락이 비단처럼 부드러웠지. 나네 사르마는 저 높은 곳에 살았어.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말이야. 나네 사르마는 한 남자 이야기를 들었어. 그 남자는 엄청난 힘으로 얼어붙은 호수를 녹이고,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하고, 꽃을 피운다고 했어. 나네 사르마는 매년 3월 21일이면 봄의 따스한 온기를 가지고 마을로 내려오는 노루즈를 만날 날을 꿈꾸며 집 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꽃에 물을 주었어. 나네 사르마가 털어낸 먼지는 눈이 되고, 물은 비가 되었지. 마침내 봄의 노랫소리가 들리자 나네 사르마는 가장 멋진 옷을 골라 입고 노루즈를 기다렸어. 하지만 노루즈를 기다리던 나네 사르마는 깊은 잠에 빠져 버렸어. 노루즈는 잠든 나네 사르마의 손가락에 장미 한 송이를 꽂아두고 조용히 떠났지. 나네 사르마가 잠에서 깼을 때는 뜰에는 낙엽이 지고, 노루즈는 이미 떠나 버렸지. 그날부터 나네 사르마는 다시 노루즈를 기다렸어. 집의 먼지를 털어내고, 꽃에 물을 주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지….”
봄의 시작을 새해로 맞이하는 이란의 ‘노루즈’
나네 사르마와 노루즈의 사랑 이야기
이란 북동부 실크로드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엘함 아사디 작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마법의 겨울밤을 기억합니다. 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