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기억의 공간, 다크 투어리즘을 시작하며
제1장 역사화된 기억공간
4·3의 기억 : 비설
봄 길 저편의 기억 ① : 여수 마래 제2터널과 오림터널공원
시간의 관문 : 라제통문과 노근리 쌍굴다리
사월병, 4·16의 기억 : 4·16생명안전공원
오월걸상에 앉은 5·18 : 오월걸상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전태일기념관과 동대문 평화시장
노회찬을 기리며 : 살아 있는 것의 이유, 모란공원
제2장 일상의 기억공간
추모시설의 새로운 시각언어 : 매헌시민의숲 ‘일상의 추념’
9·2거사 : 왈우 강우규 의사 동상
도시재생의 빛과 그림자 : 공중보행로, 서울로7017
시월의 문샤인 : 윤슬
서소문 밖 행형지의 변신 : 서소문역사공원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매일이 3·1절 : 안국역
건축의 공간과 공간 공동체 : 경주타워
봄 길 저편의 기억 ② : 영월 젊은달와이파크
제3장 해외의 기억공간
대지는 창공을 그리며 : UTA항공 772편 추모비
전범국가 독일의 세세한 반성 : 베를린의 덜 알려진 추모공간들
- 제3의 지대, 박해받은 동성애자 기념비
- 분서의 서가, 분서 기념 도서관
- 반전과 평화의 피에타를 품은, 신 위병소
- 죽음을 향한 플랫폼, 그루네발트역 17번 선로
닫는 글 : 기억의 재건축, 둔촌주공을 보내며
주석 | 출처 및 참고 자료
절망을 보듬고 희망을 길어 올리는
공감·연민·회복의 기억공간 산책
2022년 가을, 젊은이 150여 명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생때같은 청년들을 한꺼번에 떠나보낸 ‘10·29 참사’를 겪으며, 한국 사회는 또 한 번 충격과 실의에 빠졌습니다. 많은 이가 고통 속에 스러져간 현장을 목격한 우리는 제 일인 양 아파하며 희생자와 유족을, 그리고 비통에 빠진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사회적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억 저편의 고통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를 당기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어렵게 마음 써야만 가능한 일을, 우리는 굳이 하려 듭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일 뿐더러, 좀 더 나은 시대를 만들려면 잊지 않고 되새겨야만 하는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재난 재해, 사회적 참사, 역사적 비극이 지나간 현장들을 ‘기억공간’으로 조성합니다.
당시의 상흔을 보존하거나 상징적 조형으로 기록하여 그 장소를 기억공간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종종 그곳을 찾아 그때를 되새기며 새삼 오늘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한층 더 공감하고 배려하며, 서로의 안위를 살피며 조심하는 더욱 끈끈한 공동체로 거듭납니다. 그렇게 사회는, 시대는 더 나은 곳으로 한 걸음 나아갑니다.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는 이런 기억공간들 가운데, 그 가치를 새로이 톺아본 사례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기억공간, 새 시대를 향한 약속의 기념비
‘다크 투어리즘’의 인문·사회적 가치에 일찍이 눈떠, 2017년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를 펴냈던 건축가 김명식. 기억공간들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인문학과 미학을 발견해 온 그는, 이번엔 좀 더 일상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을, 보다 살갑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핍니다. 우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압적이고 야만적인 권력에 의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된 장소들을 찾아가 봅니다. 제1장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