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고전 매트릭스를 시작하며 4
서문 그들이 영웅에 ‘반’한 까닭 7
1부 영웅을 등지다
1장 희극의 반영웅주의적 상상력
―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3부작’ 읽기 _ 김헌 29
2장 가치관의 전쟁
―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의 영웅과 반영웅 _ 심정훈 47
3장 인간적인 굴레보다 숭고한 아름다움
― 『달과 6펜스』의 반영웅, 찰스 스트릭랜드 _ 임형권 62
4장 현대의 소시민: 삶과 사고의 경직성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를 중심으로 _ 권선형 75
5장 미워할 수 없는 소시민 허삼관 _ 김민정 89
6장 전쟁의 시대, 보통 사람 김영철의 일생 _ 손애리 104
7장 나라를 무너뜨린 악녀였을까, 복수를 꿈꾼 영웅이었을까
― 달기 이야기 박선영 _ 118
8장 세상과 맞춰 가며 사랑을 찾았는데, 그만…
― 나탈리 Z.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 _ 윤광언 131
2부 영웅과 엇나다
9장 메데이아! 영웅인 듯, 영웅 아닌, 영웅 같은 그녀 _ 안상욱 149
10장 키케로의 반反영웅 카틸리나
― 『카틸리나 규탄 연설』과 그 이후 김기훈 _ 163
11장 다크 히어로의 측면에서 다시 보는 프로메테우스 _ 안상욱 177
12장 영웅이기를 거부한 ‘직진直進’ 장비 _ 김월회 193
13장 불량 영웅 저팔계 _ 김월회 208
14장 자유의 가치를 되찾은 루저들
―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반영웅상 _ 임형권 223
15장 갱생을 거부하고 기인奇人으로 살다
―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의 왕백작 _ 손애리 236
16장 허망 속에서 방황하는 반영웅
― 루쉰의 단편소설 「술집에서」와 「고독한 사람」을 중심으로 _ 김민정 249
비뚤어지거나 모자라거나
1부에는 ‘영웅을 등지다’라는 제목 아래 영웅서사로 흐를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영웅에는 전혀 또는 별 관심 없는 인물들의 서사 8편을 담았다.
첫 편은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3부작’ 속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영웅적 시선과 기준에 한없이 낮아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평화를 누리며 따뜻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그들의 소박하고 우직한 의지가 영웅들도 못 해낸 또는 안 해낸 일을 해냈던 것이다. 비영웅의 길로 영웅다운 성취를 일궈 냈음이다.
이들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3부작’의 주인공이 반영웅주의적 상상력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면 영웅주의에 정면으로 대결했던 여성이 있었다. 또 한 명의 대표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 안티고네가 그다. 그녀는 그저 가족애에 충실한 젊고 연약한 여인이었을 따름이다. 안티고네는 불의한 국왕에 맞선 비극적 영웅으로 비춰진다. ‘정통적’ 영웅들이 취한 길과 무관한 길을 걸었음에도 영웅으로 추인됐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선을 안티고네도 원했을까?
이러한 시선에 ‘빅 엿’을 먹이는 인물이 있다. 비영웅마저도 영웅의 자장 안으로 끌어넣으려는 그 시선에 말이다.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가 단적으로 잘 해야 기인奇人 정도, 심상하게는 광인이나 악인 정도로 비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스트릭랜드의 영혼 앞에 도덕이니 영웅이니 신이니 하는 모든 가치와 잣대는 그저 벗어나야 할 바에 불과했다.
‘현대의 소시민’ 요나탄 노엘은 스트릭랜드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그러한 가치와 잣대로부터 비켜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비둘기』의 주인공인 그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인간관계의 철저한 단절 속으로 던져진 삶을 자신이 예측 가능한 동선과 통제 가능한 최소한의 활동을 구축하고는 그 속에서 기계처럼 일상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버텨낸다. 그야말로 그렇게 해도 살아지기에 기계처럼 작동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그런데 그의 삶에 역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