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고약해, 키키!
표지에 담긴 풍경에서 우리는 키키의 정체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얌전하게 트리스탕과 발을 맞추며 걷는 키키는 무려 티라노사우루스. 평범한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트리스탕의 소중한 짝꿍이다. 키키의 육중한 몸집 덕분에 트리스탕이 더욱 자그맣게 느껴지고, 조금만 부주의했다가는 거리의 자동차며 신호등이며 나무들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처음 마주친 아주머니는 두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아이고, 참 귀엽게도 생겼구나.” 하고 말을 건다. 나무를 타던 개구쟁이 둘은 걔를 좀 만져 봐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그다음 마주친 낯선 아저씨는 손가락을 들어 키키를 가리키며 진짜 둔하게도 생겼다고 내뱉고 만다. 안 될 거야 없지만,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들을 지나친 자리엔 안경이나 작은 가방, 우산처럼 어쩐지 맛이 없어 보이는 것들만 남는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경찰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며 트리스탕을 쫒아온다. “이봐요, 당신! 입마개도 없이 동물을 데리고 다니면 안 됩니다!”
내일 또 산책해, 키키!
화가 파올로 도메니코니는 일정한 높이의 시선으로 그저 둘을 나란히 따라간다. 특별한 개입이나 유도 없이 평행하게 흐르는 화면을 따라가는 화가의 눈 덕분에 우리는 더욱 골똘히 이 산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잘 정돈된 거리의 풍경과 가지런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질서 있게 움직이는 자동차들로 이뤄진 세상은 키키와 트리스탕을 한없이 온순하게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린이가 성장이라는 사회화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필연적으로 억압해야 하는 날것의 감정들은 어른이 되면 저절로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일까? 뭉쳐서 가라앉아 있던 불온한 응어리를 자연스레 풀어지게 할 수 있는 촉매는 다름 아닌 좋은 이야기일 것이다.
다비드 칼리는 『나는 기다립니다…』에 흐르던 사람의 생애를 관통하는 통찰과 『적』에서 아이러니를 통해 드러나는 명쾌한 진실,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에 가득했던 유머와 능청을 『키키! 산책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