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힘겹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재잘거리는 말재주와 즐거운 일상을 잃어버린 아말리아에게 세상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이제 아말리아는 뚱하고 딱딱한 표정을 지닌 채 사춘기를 지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소년이 된 아말리아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서랍 속 깜깜한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줄 누군가. 아말리아는 천천히 서랍을 열고 비밀을 꺼내 놓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서랍이 텅 비어 가벼워질 때까지. 그렇게 아말리아는 또 한 번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세상에 비밀로 꽉 찬 서랍을 가진 아이가 아말리아뿐인 건 아니다. 이제 아말리아는 밝은 햇빛 아래 비밀을 꺼내어 놓고 사람들 앞에 서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글을 쓴다. 이를 통해 남을 돕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아말리아가 서랍 속에 감추어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비밀이 들려요』에서는 예민한 십대 소녀의 비밀을 주제로 삼으면서도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아말리아가 문을 열고 맞닥뜨리는 것은 사춘기의 보편적인 우울함이나 현실 인식일 수도 있고, 쉽게 말할 수 없는 범죄 피해의 경험일 수도 있다. 이후 이야기 전개를 보면 좀더 구체적이고 사회의 공론화를 필요로 하는 일인 듯싶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독자의 논리적 상상에 맡겨도 좋겠다. 중요한 것은 비밀의 내용이 아니라 비밀과 비밀을 공유하는 구조 자체다. 문과 서랍은 비밀이 어떤 방식으로 찾아오고 은폐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다. 서랍은 발설하지 못한 말들로 꽉 차 터질 지경이고, 아말리아는 비밀을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말풍선은 시커멓게 칠해진 채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란 얼마나 무겁고 고통스러운지.
다행스럽게도 아말리아는 좋은 친구를 만나 비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아말리아는 이제 가뿐해진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무거운 비밀을 나누고 함께 짊어진다는 것은 곧 서로가 서로를 자유롭게 하고 진실을 쌓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