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권정민 신작
편리한 도시 생활 뒤에 드리운 그림자를 말하다
인간과 동식물의 자리를 바꾸어 우리의 일상을 비틀어 보고 공존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 온 작가 권정민의 그림책 『사라진 저녁』이 출간되었다. ‘다수자를 오히려 관찰 대상으로 만들어 전복적 작업을 하는 권정민 작가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사라진 저녁』은 도심 속 아파트를 무대로 비대면 시대의 편리함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 주목한다. 흡인력 있는 설정과 긴장감 있는 연출로 책을 읽는 재미를 꾀하면서도 인간 편의를 위해 쉽게 희생되는 동물권과 환경 문제, 속도만을 중요시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점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가는 우리. 쌓여 가는 배달 상자와 일회용 플라스틱 더미를 보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바라볼 용기와 에너지가 없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휩쓸려 가는 일상에 균열을 내 본다.” _작가의 말
돈가스를 시켰는데 살아 있는 돼지가 배달되었다!
평범한 저녁 풍경을 뒤엎는 강렬한 이야기
『사라진 저녁』은 모든 음식이 손쉽게 배달되는 도심 속 아파트를 무대로 한다. 집 안에서 핸드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금세 배달 음식이 문 앞에 놓이는 도입부 풍경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놓이리라고 기대되는 자리에 살아 숨 쉬는 돼지 한 마리를 데려다 놓는다. 돼지의 몸에는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라고 적힌 식당 주인의 쪽지가 붙어 있다. 돈가스를 주문한 702호, 감자탕을 주문한 805호, 족발을 주문한 904호……. 주문한 저녁 식사 대신 돼지를 마주한 주민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하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밀려드는 주문에 요리사마저 배달을 나가 살아 있는 돼지를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작품 전반에 희극적이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