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의 줄기를 따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정천은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녹나무 숲, 그리고 은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을 품고 흐르는 하천입니다. 여러 생명들의 삶과 더불어 주민들의 식수까지 책임지고 있는 물줄기로, 절대보전지역, 상수도보호구역, 지하수특별관리구역, 천연기념물문화재보호구역, 공장설립불가지역, 공장식축산금지구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장치가 무색하게도, 2017년 강정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강정천 곳곳에서 훼손과 위험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상절리 절벽, 교각 공사현장, 강정 담팔수와 냇길이소, 원앙 서식지, 냇깍,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강정천의 물줄기를 따라가며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는 그곳의 자연을 보여줍니다.
내가 길을 찾아줄게! -본문에서
날마다 어떤 나무가 사라지는지 기억하고 있어. -본문에서
모두 이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다는 거 알아? -본문에서
하지만 작가는 자연이 파괴된 모습을 극적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훼손된 장면만 모아 과장되게 클로즈업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여 주지 않습니다. 흐르는 강처럼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아가도록 이끕니다. 또한 섬세한 라인이 돋보이는 감성적인 그림은 제주의 풍광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수수께끼의 아이를 따라 직접 둘러보며 생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는 듯한 현장감에,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듯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담긴 강정천의 모습은 아픔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땅을 꽉 붙들고 있는 나무뿌리들처럼, 여전히 아름다워서 처연한 동시에 본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상실이 절실하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나무 잘라내고 공사하는 게 별일인가? 새들 서식지 변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새, 나무, 물고기 보호하자고 개발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 공사 현장이 저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아닌가?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변도 말끔해질 일 아닌가? …
우리가 이런 태도를 지속한다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