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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관리의 죽음 (양장
저자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출판사 길벗어린이
출판일 2022-12-10
정가 18,000원
ISBN 9788955826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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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모든 것은 재채기 하나로 시작되었다.
인생이란 무대 위에 선 불안한 영혼을 위한, 블랙 코미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프랑스의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라고 불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일반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달하기로 유명한 리얼리즘의 대가 체호프는, ‘하찮음 속에서 진실’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집필했다. 《관리의 죽음》은 이러한 체호프 문학의 특징이 특히나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소심한 관리 이반을 죽음으로 몰아붙인 것은 아주 사소한 재채기 때문이었는데, 이 이야기 안에 담긴 날카로운 풍자는 보는 이들에게 가슴 어딘가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안겨 준다.

고정순 작가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잘 살아 있는 《관리의 죽음》을 ‘연극’이라는 구조 안에 넣어서, 막이 오르고 내리기까지의 한 편의 연극처럼 표현해 냈다. 처음 책을 펼치면, 한 사람이 공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홀로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지나간 뒤에는,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로 이반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재채기 사건이 벌어진다. 이반이 장관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건네는 과정 속에서,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몇몇 등장인물들이 극 안의 상대가 아닌 정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책을 보고 있는 독자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눈을 맞추는 의도된 장면으로, 독자들을 연극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준다. 이야기가 절정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 장관의 외침에 충격을 받은 이반의 배 속에서 무언가 터져 버리고 이반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살아가고자 하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없애는 암전 뒤, 그림은 텅 비어 버린 객석만을 비추며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려 준다. 사정없이 지질하고 하찮은 이반을 비웃으며 낄낄대던 관객이자 독자들은 이 순간, 알 수 없는 허무와 자신을 엄습하는 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