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새를 깨우면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
세 겹의 다층적 이야기와 겹겹이 쌓은 반전들
『테스터』는 세 겹의 이야기로 구성된 다층적인 소설이다. 하나는 고딕체로 처리된 신화 부분, 다른 하나는 하라가 태어나기 전인 강회장의 아들인 본부장과 며느리인 부사장이 멸종한 레인보우 버드의 DNA를 복원하여 그 속에 잠들어 있는 바이러스를 깨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오가 초점 화자로 등장하는 본 서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층위의 이야기를 통해, 파괴적인 이기를 추구하는 동시에 이타적인 인간의 양면적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반전이 여럿 등장한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추리 게임을 풀어가는 것 같은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곧 이어지는데, 그 이유는 반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치밀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반전에 반전을 겹겹이 쌓은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30여 일간 두 소년이 경험한 천국과 지옥
거꾸로 된 두 개의 세계 속 마오와 하라
『테스터』는 SF이면서 동시에 스릴러적 서사 구조와 반전의 묘미를 갖춘 출중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유괴라는 무거운 소재부터 계급이 다른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빈부 격차와 생사의 갈림길 같은 거대 서사를 여유 있게 꿰어낸다. 소설은 마오가 지내는 숲속 집과 병원을 배경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해 진지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 때문인지 소설은 내내 밀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단조롭지 않다. 이희영 작가가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를 긴장감 있게 직조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테스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눈부신 빛에 가려진 어둠을 응시하며 어둠 그 자체가 되어보게 해주는 소설이다. 하라가 가진 세상과 마오가 속한 세상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마오와 하라가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두 사람 간의 대화로 간명하게 그려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