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이채은 3학년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깊고 검은 어둠으로 번진
저 멀고 먼
우주에서 보면
우리는 작은 먼지일 뿐인데
먼지치곤
너무 힘들게 산다
단짝
김예빈 1학년 4반
내 친구는 못 하는 게 없다
수학 시험도 100점, 체육이랑 음악도 A
예쁘고, 마르고, 도대체 안 가진 게 뭘까?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점점 작아진다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지면 괜찮아질까
야, 요즘 무슨 일 있어? 고민 있으면 말해. 우리가 몇 년 지긴데!
얘는 내가 자기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알까?
그럴수록 입을 열기 힘들어진다
아니 그냥 별 거 아니야
엥? 아닌데 별 거 있는데? 아 뭔데 말해봐
계속되는 닦달에 결국 마음 깊은 속 이야기를 꺼낸다
너랑 내가 너무 비교되는 것 같아서
넌 공부도 잘하고 마르고 예쁘잖아
친구의 큰 눈은 더 커졌다
뭐? 내가 무슨 공부를 잘해?
너야말로 성격 좋아서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 반장도 됐잖아
솔직히 나도 너한테 열등감 느끼지
네가 나한테 열등감이 있다고?
완벽하기만 한 줄 알았던 친구
그림자 같던 나의 열등감
친구가 착한 마음을 꺼내 짝을 맞춰준다
열등감인 줄 알았는데 동질감이었다
길 없는 길
이은유 1학년
학원을 갔다 오니 10시가 넘어있었다
자기 전에는 10분 정도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꿈을 못 이룬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이젠 나와 또래인 연예인들도 나온다
그 친구들을 볼 때면 항상 드는 생각
나는 뭐 하고 있지?
좋아하는 것도 찾지 못하고
날마다 문제집만 푸는 나는
표지판 없는 도로를 달리는 것만 같다
나에게는 한 개 없는 표지판이
그 친구들에게는 저 멀리 멀리까지
단계별로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내 길은 아직 길이 아닐 수도
내가 만들어가는 이 길을 표지판이 따라올 수도
저는 ‘거룩한 일상’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일상을 거룩하게 하는 힘은 생명을 향한 사
책속에서
저는 ‘거룩한 일상’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일상을 거룩하게 하는 힘은 생명을 향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결국 어떠한 주제도 사랑 안에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정성껏 사는 일, 꾸준하게 이끌어 가는 일, 섬세하게 살피는 일, 솔직하게 마주하는 일이 우리의 삶을 거룩하게 합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여러분의 하루도 정말 바쁘지요. 그러나 바쁜 중에도 먹고 쉬고 잠을 자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서 있는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야 숨이 쉬어집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보이고 들립니다. 그 이야기를 시와 글, 음악과 그림에 담으면서 우리 행복하게 같이 살아가요.
_ 최은숙 시인의 ‘머리말’에서.
조화의 원리는 관계를 돌보면서 각자의 역할을 살려 전체로는 생생한 활기가 돌게 하는 최고의 지혜입니다. 이것은 ‘맑은 눈’의 청소년 시인들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런 능력입니다. 대단합니다. 그리고 믿음직합니다. 이처럼 ‘맑은 눈’을 가진 벗들이 우정을 나누고 있으니 왜 이야기가 없을 것이며 시와 철학이 왜 없겠습니까.
_ 오철수 시인의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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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호 선생님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시는 마음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구름 속에 꼭꼭 숨긴 속마음을 자세히 살펴보고 품어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지은 선생님
‘암담한 미래’라는 화두로 온 세상이 시끌벅적한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참 맑고 깨끗합니다. 그리고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주변을 살피며, 삶이 영글어갑니다.
조윤아 선생님
시를 쓴 학생들은 다 달랐지만, 모두 다 나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어서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아이들의 시를 통해 마음속으로 그려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최연수 선생님
시집에 담긴 소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이들에겐 용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