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가볍지 않은 소재를 책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청소년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오선화라는 이름으로 이미 여러 주목 받는 에세이를 펴낸 작가는 오하루라는 필명으로 첫 소설을 쓰며 청소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더 진솔하고 자유롭게 담고자 했다. 또한 그들의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소설로 알리고자 했다.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 삶을 보면 지옥 그 자체다. 하지만 청소년들끼리 연대하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기적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지옥도 함께이기만 한다면 천국이 될 수 있다. 아픔조차 웃음이 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소설에 나타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의도가 소설 속 세심하고도 다정한 문장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곳보다 더한 지옥은 없어서’ 죽음을 선택하려는 주인공들이 조금씩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성장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뭉클하다.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창작 지원 도서’로 선정된 『ㅈㅅㅋㄹ』이 그려낸 청소년들의 연대는 어른들의 편견과 무관심, 폭력으로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그 청소년을 소중히 지켜내고 싶은 어른들에게 뜻깊은 위로와 선물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K는 여느 때처럼 이모에게 독서실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바로 스타벅스로 가서 지정석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새로 온 이메일은 없었다. 좋은 일이었다. 죽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나쁜 일이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하루에 30명이 죽는데, 그 30명 중 한 명을 만나 살리고 싶은 건데, 그걸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니까. K는 생각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꼭 만나서 살리고 싶다고. 제발 이메일을 보내길, 그래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믿지도 않는 신에게, 하지만 어딘가에는 있다고 믿고 싶은 신에게.
- p.125
‘ㅈㅅ 하고 싶다고요? 그럼 ㅈㅅㅋㄹ으로 오세요. ㅈㅅ하고 싶은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