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아 아, 평양성마저
2. 누구의 나라인가
3. 영명사
4. 초조한 고니시 유키나가
5. 평양성 1차 전투
6. 피난
7. 서산과 사명
8. 계월향
9. 전란 중에도 사랑의 꽃은 피어나고
10. 또 하나의 시련
11. 거사
12. 당황한 유키나가
13. 평양성 탈환
14. 업보인가 시련인가
15. 의엄과 이순신
16. 아 아, 몸이여 이슬이여!
17. 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18. 수미산도 일어나 겨자씨 속으로 들어가네
장편소설 서산대사 해설
서산대사 연보
장편소설 서산대사를 전후한 한국사 연표
책 속으로
선조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연다.
“이미 평양성을 나가기로 한 일인데….”
조정의 신하들은 왜군이 곧 닥쳐온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모두 성을 나가 피난할 것을 청하였다. 사헌부와 사간원, 홍문관에서도 날마다 궁궐 문 앞에 엎드려 이를 청했고, 특히 정철이 강하게 피난을 주장했다.
선조는 백성들에게 또 거짓말을 하게 되니 가슴이 저리다. 한양에서도 선조는 종친들과 백성들이 통곡하며 한양을 지킬 것을 애소하자, “종묘와 사직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안심시키고, 야반도주하듯이 피난길에 올랐다.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 한양성안에는 충주 탄금대 전투 이후 거의 싸울 만한 군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선조는 신립을 삼도 순변사에 제수하고 나라 안팎의 모든 군사와 무기를 있는 대로 사용하게 하여, 한양성에는 싸울 만한 무기도 군사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성안의 백성들과 공노비, 사노비, 서리, 삼의사의 관리를 뽑아 성가퀴를 지키게 하였으나, 지켜야 할 성가퀴는 3만여 개인데 지킬 사람은 겨우 7,000여 명이었다. 모두 오합지졸인데다가 성벽을 넘어 달아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임금의 호위 부대인 내금위, 우림위, 겸사복의 군사들은 패전하였다는 장수 이일의 장계가 도착하자, 모두 달아났고 경루도 울리지 않았다.
- 15~16쪽 -
서산은 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점점 멀어져가는 왕의 행차를 바라본다. 다시 한번 합장을 한다. 안녕을 빈다. 만일 왕이 서산을 알아보았다면 행차를 멈추고 그를 불렀을는지 모른다. 서산도 왕 앞에 나가 인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의 행차를 멈추게 하고 할 말은 없었다. 다만 멀리서나마 경의를 표하고 왕의 피난길에 어려움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산은 지금 묘향산 금선대 암자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왕과 조정이 평양을 떠난다는 소문에 백성들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절의 형편을 살피러 묘향산 암자에 며칠 머무르다가 급히 평양성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왕의 행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