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곁과 보듬는 시선이 비추는 자리에
하지만 여기, 조용히 그 곁을 지켜 온 이가 있었습니다. 가시투성이 소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소년은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소녀의 곁을 지켜 왔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고통을 감내하는 소녀를 기다려 주던 소년은 끝내 무성하게 피어난 소녀의 가시덤불숲에 다가갑니다. 그 자신이 찔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년은 두려움 없이 섬세한 손길로 가시덤불 사이 자그마한 틈을 냅니다. 마침내, 그 작은 틈으로 빛이 비쳐 들어옵니다. 세상도 나 자신도 잊고 잃어 가던 소녀의 숲에 이토록 따스한 빛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드라운 눈길로 빛이 어루만진 자리에, 기적처럼 꽃이 피어납니다. 묵묵한 소년의 ‘곁’이, 상처를 보듬는 ‘시선’이, 소녀가 스스로 꽃을 피워 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는 가시나무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마침내 오래 묵혀 둔 기지개를 켜 올리는 꽃을 피워 올리듯. 외롭고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던 가시나무가 꽃을 피워 내자, 소녀는 마침내 고통의 섬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되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부술 수 없는 씨앗
소녀가 피워 낸 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사람들의 가시 돋친 말들 사이로 산산이 부서져 잃어버린 나의 본모습, 내가 알고 있던 나, 나의 꿈, 세상에 대한 희망, 사람에 대한 희망, 용기와 믿음, 그 무엇도 될 수도 있습니다. 연약한 몸과 마음의 피부를 뚫고 뒤흔드는 잔인한 바깥세상으로부터 그 어떤 풍파가 닥쳐와도, 내 안에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씨앗이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그와 같은 마음들을 기억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씨앗을 기억해 내는 이, 그 씨앗으로부터 꽃을 피워 낸 이에게는 다시 한번, 꺾을 수 없는 힘이 두 손에 주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입니다. 소년이 소녀에게 주었던 것, 이제는 소녀가 세상에게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