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 공감의 두 힘, 구심력과 원심력 간의 투쟁 7
1부
공감이 만든 혐오
1장 느낌에서 시작되는 배제와 차별 19
2장 부족 본능, 우리 아닌 그들은 인간도 아니야 35
3장 코로나19의 대유행, 혐오의 대유행 56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89
2부
느낌을 넘어서는 공감
5장 내 혐오는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믿음 115
6장 첫인상은 틀린다 136
7장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147
8장 처벌은 어떻게 공감이 되는가 161
9장 마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171
3부
공감의 반경을 넓혀라
10장 본능은 변한다,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라 189
11장 누구나 마음껏 비키니를 입는다면 210
1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222
13장 한국인의 독특함이 족쇄가 되다 234
14장 타인에게로 향하는 기술 254
15장 접촉하고 교류하고 더 넓게 다정해지기 263
나가는 말 | 멸망의 길과 생존의 길 273
감사의 글 277
주 279
그림 출처 292
어떤 공감은 분열을 낳고 어떤 공감은 화합을 이루는가
정서적 공감은 우리 편에게만 공감하는 부족 본능을 자극한다
1954년 여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의 심리학 연구팀은 22명의 아이를 야생 상태에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처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똘똘 뭉쳐 서로 도울 것인가.
22명의 아이는 서로 최대한 유사성을 가진 아이들로만 선별했다. 모두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11살 백인 남자아이였으며 안경을 쓰지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도 않았다. 같은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에 말하는 억양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임의적으로 11명씩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집단은 ‘독수리 팀’이라 명명했고 다른 집단은 ‘방울뱀 팀’으로 명명했다. 이름은 아이들이 직접 정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보통 여름 캠프에서 하는 일반적인 활동을 하게 했다. 두 팀은 상을 놓고 야구와 줄다리기, 보물찾기 같은 놀이를 했다. 연구팀은 놀이를 통해 경쟁할 때 어느 정도의 적대감이 생길 것이라 봤지만 두 팀의 격돌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방울뱀 팀과 독수리 팀은 첫 번째로 한 야구 경기에서부터 욕설을 주고받았다. 경기에서 진 독수리 팀 아이들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방울뱀 팀의 깃발을 찢고 불태워버렸다. 그 모습을 본 방울뱀 팀은 독수리 팀에게 달려들었고 결국 패싸움이 벌어졌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이번에는 독수리 팀이 줄다리기에서 이기자 방울뱀 팀은 한밤중에 독수리 팀 숙소를 습격했다. 그들은 물건을 훔치고 모기장을 찢고 침대를 뒤집어놨다. 독수리 팀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담하게도 낮에 방울뱀 팀의 숙소를 덮쳐 똑같이 보복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두 팀은 전쟁에 대비했다. 돌멩이를 모으고 야구 방망이를 손에 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졌다.
집단 간 갈등에 관한 이 고전적 연구는 인간 본성에 관한 지독한 역설을 보여준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