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애인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세상에 장애물이 많아서 힘든 거라고!
올해 2학년이 된 두나에게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많다. 체육 시간, 두나가 속한 짝수 팀이 지자 같은 팀의 친구는 두나가 다음번에는 홀수 팀으로 가야 “공평하다”라고 말한다. 밖에서 두나와 함께 다니는 친구에게 사람들은 “착한 친구”라고 칭찬한다. 이 모든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 두나는 묘하게 기분이 불편하고 단짝 친구인 이담이와 싸우기에 이른다.
그런 두나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루리가 나타나고, 두나 혼자 루리가 속한 우주로 이동하게 된다. 루리의 우주에서는 많은 장애인이 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린이가 휠체어를 타고 혼자 밖에서 밥을 먹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고, 동네 놀이터에 휠체어째로 탈 수 있는 기구도 있다. 얼굴은 같지만 사는 환경은 확연히 다른 루리의 세계를 신나게 탐험하던 두나는 생각한다. 이 세계에서라면 비장애인인 친구 이담이와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황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전작에서 그림 작가가 자신이 글로 표현하지 않은 장애 학생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그 놀람이 이 책의 시작이다. 바로 장애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왜 거리에서 장애인이 많이 보이지 않는지 의문을 가져 보자고 말한다.
그 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나오듯이 고작 계단 두 개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폴짝 뛰어오를 수 있는 계단 두 개. 그러나 두나에게 이 계단 두 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하는 거대한 장벽이다. 두나와 루리의 우주 여행을 함께하다 보면 독자들 역시 수많은 장벽을 만날 수 있다. 이상스러운 눈초리와 수군대는 목소리부터 깨진 보도블록, 인도로 튀어나온 나무까지 그 장벽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여행을 끝마친 다음에는, 우리 사회가 그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여행 선물처럼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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