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아이콘택트
익숙하고도 낯선 만남
자유는 눈으로부터
아이콘택트, 인간의 자연상태?
“눈 깔아”
진심으로 향하는 문
2장. 돌연변이 시선
데이터와 패션
진심은 저 너머에?
2인칭의 소실
3장. 관음의 보편화
눈과 손
탈에서 얼굴로
칸다울리즘
4장. 조명 중독
빛의 과잉
관례의 붕괴
상호조율에서 개인조율로
5장. 뜯어보기
새로운 시선
시스템, 이론과 문화
가루진실
6장. 전문가의 시선
전문성, 언어의 기둥
그럴싸한 가루
프레임
7장. 눈이 닿지 않는 그곳
음지의 잡담
머물러야 배운다
심심함과 지루함
에필로그
미주
아이콘택트는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태초에 아이콘택트가 있었다. 눈과 눈의 만남으로써 인간관계의 광대한 태피스트리를 수놓은 세 가지 시선, 또는 보기가 탄생했다. 첫째는 알아보기다. 아이콘택트 이전의 눈은 세상의 시야를 독점한다. 주체로서의 상대방을 알아보고 객체로서의 자신을 돌아본 두 사람은 서로 마주함으로써 관계를 시작한다. 아이콘택트의 경우,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받을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시선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아이콘택트에서 오고 가는 시선은 ‘보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관계가 수립된다. 시선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본질이다. 그래서 시선과 시선의 접점은 공동체의 시작과 성장을 담고 있다. 아이콘택트에 대한 성찰은 곧 사회의 DNA에 대한 성찰이다. 아이콘택트는 인간과계의 본질이다. 우리의 심연으로부터 서로를 발견하고 발현한다.
시선의 자유는 자연스럽게 자기형성, 또는 정체성의 자유로 연결된다. 네가 나를 누구로서 보는 것은 내 정체성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내 정체성 자체의 구성 요소다. 정체성의 자유는 시선의 자유에 비해 불안정하고 역동적이다. 타자의 결정에서 생성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사물을 볼 때 나는 해석의 자유를 경험한다. 해석의 차이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예로 조셉 자스트로의 오리-토끼 그림을 떠올린다. 누구는 오리로, 누구는 토끼로 그림을 보는 것이다. 이 그림은 생활 속에 항시 존재하는 해석의 차이를 극대화했다. 해석의 자유로부터 토론이라는 삶의 형태가 피어난다.
눈은 사람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다. 눈은 영혼의 창, 눈이 진심과 교감의 상징을 의미한다. 진심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다. 아이콘택트는 무관계로부터의 해방, 사물화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러나 오늘날 진심을 열어주는 아이콘택트는 사라져가고 있다.
2인칭의 소실, 시선의 자유를 빼앗다
데이터의 기억에는 관계성이 결여돼 있다. 데이터는 저장할 뿐이다. 데이터의 시대에는 시야의 한계는 무색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