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작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머니가 작은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온 나라에 하나뿐인 염색 장인입니다. 할아버지의 공방에는 쪽빛으로 물든 천에 하얀 무늬가 촘촘히 찍혀 있는 천들이 나부끼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만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없다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늘 자신의 손재주를 물려줄 사람이 없어서 몹시 아쉬워하고 할머니는 항상 팔랑팔랑 뛰어노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꿈꾸지요. 그런데 어느 일요일, 숲에서 산딸기를 따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빨강 머리 인형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흙이 묻어 더러워진 인형을 집으로 데려가 깨끗이 씻기지요. 그런데 다음 날 눈을 뜨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인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빨강 머리 소녀가 있었던 거예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쁨에 차 여자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아폴린’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 줍니다. ‘빛의 소녀’라는 뜻이지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 가족이 된 아폴린은 쑥쑥 자라 마침내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푸른 공방에서 염색 일을 돕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솜씨 좋고 부지런한 염색 장인이 되어 가지요. 아폴린 덕에 공방에는 주문이 끊임없이 밀려듭니다. 쪽빛 날염의 전통을 잇기 위해 나타난 사랑스러운 인형의 이야기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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