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발간에 부쳐
프롤로그_압록강 노동절의 풍경
CHAPTER 1_ 여정을 시작하며: 하얼빈과 후난을 향해
CHAPTER 2_ 만주의 유령: 창춘과 선양
CHAPTER 3_ 성스러운 산: 랴오양과 첸산
CHAPTER 4_ 국경지대: 선양에서 단둥까지
CHAPTER 5_ 다리를 건너: 신의주와 그 너머로
CHAPTER 6_ 시간의 흐름 뒤바꾸기
CHAPTER 7_ 새로운 예루살렘: 평양
CHAPTER 8_ 분단의 슬픈 현실: 개성, 도라산, 그리고 휴전선
CHAPTER 9_ 시해당한 왕비의 궁전에서: 서울
CHAPTER 10_ 역사의 상처가 새겨진 섬들: 부산까지
CHAPTER 11_ 금강산 가는 길: 원산 남쪽
CHAPTER 12_ 희망으로 나아가기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주
1910년, 화가 에밀리 켐프가 만난 ‘조선’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만난 ‘북한’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을까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초의 ‘조선’과 현대의 ‘북한’을 왕래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밀리 켐프와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각지의 풍광과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다.
1910년, 영국의 여성 화가 에밀리 켐프는 조선에 첫발을 디딘다.
당시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서구가 관심을 기울였던 중국이 쇠퇴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세력이 급속도로 팽창함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었다. 켐프의 여행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본이 조선 병합의 정당성을 알리고 제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외국인의 조선 여행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특히 금강산은 당시부터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서 서양 여행객들이 조선을 방문하면 한 번쯤 방문하는 명소였다. 하얼빈을 거쳐 조선에 들어온 켐프 역시 평양과 서울, 부산과 원산을 거쳐 금강산을 유람했고 그 뒤 산둥반도로 건너가 서쪽을 향해 여행을 계속했다.
켐프는 여행지를 지날 때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적 장면을 하나하나 묘사한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으로 세계가 떠들썩했을 당시 안중근이 “굉장히 차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들였다”(64쪽고 설명하거나, 식민지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면서 “그들이 조선인의 가장 소중한 바람들을 짓밟고 피정복민처럼 취급하는 한 병합 계획을 부인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231쪽고 적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 끼친 서구의 영향에 대한 켐프의 이중적 태도는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의 영향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이 평양에 건설한 급수장을 본 켐프는 “고풍스러운 저 물건, 물지게는 머잖아 추억으로 남겠지만 훌륭한 상수도 시설의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