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공예는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용을 위한 것이었다. 전통공예품은 오랜 세월 동안 필요에 의해 생긴 물품이요, 숱한 사람들의 손끝과 지혜로 다듬어진 조형물이므로, 실용에 충실하면서 최대한의 세련된 구조미를 추구했다. 거기에 실용에 부담을 주는 장식이 덧붙여질 수 없고, 창의에 욕심부려 기본 구조를 그르칠 까닭도 없이 그저 충실하기만 하다. 이 충실에 최선을 다한 물건이야말로 자연미와 실용의 미를 지닌 가장 우수한 전통 공예품이었다.
이 책은 학문적 조사, 연구, 정리가 척박했던 우리의 전통공예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저널리스트 였던 故 이종석 선생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연구논문과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글을 묶은 것이다. 내용은 크게 4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저자의 주전공 분야인 칠기(漆器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칠기의 약사(略史라 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석공예, 자수, 화문석, 유기, 종이, 갓 등 조상의 솜씨가 깃든 전통적인 일상 용품들을 두루 살핀다. 3부는 전국 각지에 있는 12명의 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들을 방문하여 대담(對談한 기록으로, 오늘날의 전통공예와 그 장인의 위상을 꿰뚫어 보고, 그 전승과 발전을 위해 문제 제기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4부에서는 사라져가는 조상의 얼굴을 탈, 장승, 석인 등의 공예품을 통해 복원하여 보여준다. 220여 컷에 이르는 사진도판과 그림들은 한국 공예품의 아름다움과 여러 특성들을 차분히 보여준다.
이 책은 전통, 전승 공예를 연구하는 전문학자에게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참다운 한국의 공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