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괴벨스의 비서였던 106세 노인은 말한다.
우리는 단지 끌려 들어갔을 뿐이라고.”
어느 독일인의 삶
<어느 독일인의 삶>은 독일 나치 선전부장 요제프 괴벨스를 위해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의 증언을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이 정리한 책이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괴벨스의 비서로 일했던 폼젤은 이 책에서 자신은 그 당시 나치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괴벨스의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그녀의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치 정권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충직한 태도를 보인 그녀를 우리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106세 노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들려주는 회고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한젠은 폼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정치적 소용돌이 속 한 개인의 책임과 비극적 삶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살피려는 것이다.
1930년대 베를린의 한 젊은 여성
1911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폼젤은 제1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며 부와 출세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그녀는 자신이 엄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자연스럽게 집단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순종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폼젤은 자신을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고, 개인의 성공에 대한 욕망이 우선이었으며, 훗날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평범한 한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녀의 삶을 관통하는 이러한 키워드들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괴벨스의 행위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폼젤의 삶은, 적어도 스스로 털어놓은 바에 의하면, 매 순간 이러한 의식 위에 존재한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당에 가입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치 권력의 중심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직장 상사를 위해 자신이 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