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러시아에서 만난 우리의 역사
초록 대문을 들어선 순간, 이돌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어요. 몸이 점점 들리는가 싶더니, 숨이 막혀 오지 뭐예요. 눈을 떴을 때는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어떤 거대한 힘에 붙들린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이돌이 간신히 풀려나면서 본 풍경은 너무 뜻밖의 모습이라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눈앞에는 불그죽죽한 얼굴에 붉은 콧수염, 게다가 파란 눈동자의 거대한 남자가 숨을 씩씩 내뱉고 있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건물들과 사람들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그렇게 혼자 내동댕이쳐져 있던 순간, 낯익은 우리말이 들려오는 거예요. 귀가 번쩍 뜨일 만큼 반가웠지만 이돌 앞에 나타난 사람은 쭈글쭈글한 얼굴에 앞니까지 숭숭 빠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할아버지였습니다.
사실 이돌의 이번 역사 여행은 볼품없어 보이는 이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과거의 러시아 땅에서 만난 이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역사가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유난히 이돌의 눈에 들어온 ‘고려극장’ 건물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이돌과 자야가 떠나는 역사 여행은 언제나 처음 겪는 일들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였다는 걸 깨닫게 해 줍니다. 그 역사의 한 순간이 지금 시작됩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바로 그 순간으로 떠나다!
백성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려던 그 순간, 단 열두 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무찌르던 위대한 역사의 그 순간, 하나 된 나라를 꿈꾸던 민족 지도자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던 바로 그 순간, 팔만 장의 나무 판에 간절한 희망을 새겨 몽골군과 싸우던 그 순간, 우리 말과 글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으려 애쓰던 그 순간, 신라 화랑 관창이 홀로 백제의 진영으로 뛰어들던 순간, 외떨어져 있는 조선의 섬 독도에 숨어든 해적들과 맞닥뜨리던 순간, 수천 킬로 떨어진 낯선 곳에서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