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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교만의 요새 : 성폭력, 책임, 화해
저자 마사 누스바움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2-11-25
정가 24,000원
ISBN 9788937427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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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9

1부 투쟁의 현장들 25
1장 대상화 ― 사람을 물건으로 대하기 27
2장 지배라는 악덕 ― 교만과 탐욕 55
3장 피해자 의식의 악덕 ― 분노의 약점 87

2부 문제를 직면하기 시작한 법 113
소송의 영역 115
4장 성폭행에 대한 책임의 의무 ― 간략한 법률사 125
5장 교만한 남성들의 직장 속 여성들 ― 성차별적 성희롱 155

인터루드 201

3부 저항하는 요새들: 사법부, 예술, 스포츠 219
6장 교만과 특권 ― 연방 사법부 229
7장 나르시시즘과 처벌 면제 ― 공연 예술 263
8장 남성성과 부패 ― 병든 대학 스포츠 세계 317

결론 375

감사의 말 393
주(註 399
책 속에서

‘보복 감정’에서 벗어나 절차적 정의로

마사 너스바움은 미국법에서 법적 제도가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구체적 사례들을 인종차별의 역사와 함께 설명한다. 특히, 흑인 여성이나 가난한 여성이 당해야 했던 대상화와 판사들의 타당성 기준에 의존하여 강간 사건들이 재판되어야 했던 과거 사례들을 짚고, 인종 문제를 걷어내더라도 여전히 만연한 ‘강간 문화’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1970년대에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남성의 무력 사용’과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하는 여성의 비동의’가 인정되어야 강간죄가 성립됐으며, 판사와 배심원의 개인적 기준에 의거하여 ‘정숙하지’ 않은 여성들의 강간 피해는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피해 여성에게 부조리하게 적용되는 법 문화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그리하여 성관계에 대해 여성이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교태가 아니라 명확한 비동의를 의미한다는 점, 피해 여성의 성적 이력이 사건을 판결하는 데 색안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점에서 성취를 이루었다.

이러한 투쟁사를 통해 너스바움은 집단적, 공개적으로 가해자에게 창피를 주는 행위가 절차적 정의의 자리를 결코 대신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 법적 제도의 미비로 고통받고,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불신에 가로막혀 보복주의적 승리를 갈망하는 일부 여성들에게 너스바움은 법적 책임을 통한 화해의 비전을 제시한다. 너스바움은 페미니스트들의 성취를 인정하며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에 주목한다. 그는 권력의 부당한 사용, 공소시효 문제, 증거의 사용 방식, 신고 장려 등 성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인정하기 위한 구체적 법적 절차들이 개선되어야 함을 피력한다. 너스바움의 분석은 처벌 대상으로서 성범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취하여, 성범죄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보복 감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공유된 미래로 향해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고, 여성과 남성들인 우리는 지금 시련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