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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영춘 할머니 -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6 (양장
저자 조아름
출판사 북극곰(도서출판
출판일 2022-12-10
정가 15,000원
ISBN 979116588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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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 동네 뒷산 꼭대기에 서면 저 멀리 영춘이 보입니다. 할머니와 나는 손을 잡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영춘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영춘은 할머니의 청춘이 있던 자리, 고향이지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는 다시 집에 돌아옵니다.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고, 나는 할머니 곁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집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집을 나간 것입니다. 사람들은 할머니를 뒷산에서 찾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엉엉 웁니다. 나는 그런 할머니가 낯설기만 합니다. 할머니는 어디에 가려고 했던 걸까요? 아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감각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한 내면세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 곁에서 털실을 매만질 때면, 손에는 꽃이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뒷산에서 발견되던 날, 할머니의 가방 속에 있던 붉은 뜨개실을 참새가 집까지 물어 나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변해버린 할머니가 무릎을 꿇고 바닥을 내리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내면은 독자에게 투명하게 비칩니다. 할머니의 세계에는 날개가 부러진 나비, 새장에 갇힌 새, 시든 꽃이 담긴 꽃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는 까마귀가 있지요. 한 사람의 내면세계와 감정, 분위기 등은 현실에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조아름 작가는 이같이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모습과 그의 내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사랑, 어떤 날의 공기, 흘러가는 시간 등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방식의 은유로 표현했습니다. 독자들은 작가가 정성스레 쌓아 올린 이미지를 하나하나 천천히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할머니의 사랑

살다 보면 누구나 이별을 마주합니다.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천천히 나타나기도 하지요. 《영춘 할머니》의 할머니는 괴로운 와중에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합니다. 함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