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작가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만들어 낸 실체 없는 인물 ‘토마’(Thomas는 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종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태어난 시대도, 국적도, 성별도 없이, 다만 ‘(예술을 의심하면서 믿는 자’라는 성격만 부여된 채 우리에게 끊임없이 그다음 질문을 던져 주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서로에게 쏟아 냈던 질문의 8할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질문하는 수고로움, 질문에 질문으로 화답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 어떤 질문이 남아 있을까? 이 많은 질문들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
-박수지ㆍ오민, 「시작」 중에서
예술의 체계를 만드는 것은 예술이 가진 운동성이지, 시대적 요구와 유행이 아니다.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기대가 한 가지 있다면, 예술이 성취할 수 있는 실험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역사적으로 수없이 다시 번복되었던 예술의 정의를 토대로 한다. 확장된 재료, 형식, 구성에 대한 정의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지금의 ‘실험’에 대해 집요한 의심을 멈추지 않을 때, 정작 예술의 빈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토마, 「부정」 중에서
초기 퍼포먼스 비디오의 이 반복성은 때로는 정신분석학적으로, 때로는 미니멀리즘적 제스처로 해석되곤 한다. 반복은 전자에서 어떤 잃어버린 것의 실패한 반복,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 이해되며, 후자에서는 자본주의 대량 생산 논리의 퍼포먼스적 번역으로 이해된다. 어느 쪽이건 반복은 결국 현대 사회의 ‘증상’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까? 실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구축하는 부정성의 미학을 넘어서는 방법은 없을까?
-조선령, 「만일 반복이 가능하다면…」 중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토마의 목소리에 초대받은 자입니다.
나는 소리를 만듭니다. 나는 말을 합니다. 나는 텍스트의 주인이지만 동시에 텍스트가 없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기록합니다. 나는 말을 전합니다. 나는 텍스트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