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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 한국사 연애열전
저자 권경률
출판사 빨간소금
출판일 2019-10-10
정가 18,000원
ISBN 979119658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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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옛 사랑의 나비효과

1부 사랑이 역사다
독립운동가의 사랑법 - 김원봉과 박차정

2부 여자, 금지된 사랑을 하다
음란한 반역자냐, 사랑꾼 통치자냐 - 천추태후
열녀문에 목매달린 자유부인 - 어우동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황진이
이혼고백장 - 나혜석

3부 남자, 사랑을 이용하다
공주를 사랑한 스파이 - 서동
삼국통일 연애조작단 - 김유신
고려를 무너뜨린 출생의 비밀 - 신돈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 양녕대군
달콤한 냉혹 - 숙종
‘금지된 사랑’의 역사, 곧 ‘가부장제’의 역사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나혜석이 일제강점기 때 잡지《삼천리》 1935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성 해방 운동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자유연애가 막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가부장 사회의 성적 금기가 엄격하던 시대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는 혁명적인 발언임에 틀림없다. ‘정조’라는 전가의 보도에 맞서 ‘성적인 자기결정권’이라는 새 칼을 휘두른 셈이다.
이후 나혜석의 정조론은 짧은 시간에 진화를 거듭했다. 그녀는 남자 공창(公娼을 두어 여성의 성욕을 해결하고 독신 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 배우자 외에 다른 이성을 만나 사귀는 게 권태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가부장 사회에서 극단적인 조리돌림이 벌어졌다. 지인들이 하나둘 나혜석의 곁을 떠났다. 친정에서조차 버림받고 그리운 아이들도 보지 못한 채 그녀는 생활고에 쓰러져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킨슨병 증상이 덮쳤다. 그녀는 수덕사, 해인사 등지를 전전하다가 1940년대에 경기도 안양시 보육원에 의탁했다. 그 후 묘연히 잊혔다가 1949년 3월 14일자 <대한민국 관보>에 등장했다. ‘나이 34세. 주소 미상. 이름 나혜석.’ 그것은 행려병자의 부고였다.
“어을우동의 음행을 엄히 징계해 고려 말의 음란한 풍속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극형에 처함이 옳다.”
1480년 4월 18일 어우동은 왕명에 따라 그날부로 서울 군기감 앞에서 처형되었다. 그녀의 죄는 남편이 있는 양반가 여인이 각계각층의 남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눴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간통죄’다. 당시 조선에서 쓰는 《대명률》의 간통죄 처벌 조항을 보면 곤장 80~90대가 고작이었다. 사안을 감안해 가중치를 적용해도 유배를 보내거나 관노로 삼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우동은 즉각 처형되었다. 이와 달리 그녀와 간통했다고 해서 관직에서 쫓겨나거나 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