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사의 고전
사회경제사가 역사학의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그것의 시작은 근대 자본주의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문제의식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역사가들은 중세사회에 주목한다. 자본주의가 어느 날 문득 땅에서 솟아난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닌 이상 결국 그 기원을 전(前 시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경제사가들은 그동안 그리스도교와 봉건제로 대표되는 암흑시대 중세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성직자나 영주나 기사의 신앙이나 무용담이 아니라 실제로 생산과 유통을 담당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의 역사적 역할을 탐구했던 것이다.
이 책 『중세의 사람들』은 바로 그 새로운 시각으로 쓰인 사회경제사의 한 전형 같은 역사서로서, 지금은 사회경제사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서양중세사의 기본텍스트로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초판이 출판된 지 8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완역되었지만, 의외로 비전문가인 학생과 일반인도 적지 않게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이 책 1장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책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쉽게 눈에 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주인공은 중세사회의 기층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그 면면을 보면 샤를마뉴 치세 프랑크 왕국의 농부 보도, 베네치아의 상인 겸 여행가 마르코 폴로,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수녀원장 마담 에글렌타인, 파리의 중간계급 가정주부, 잉글랜드의 두 상인(한 사람은 양모무역상인, 또 한 사람은 모직물제조판매업자 등이다. 그중에는 마르코 폴로처럼 너무나 유명한 사람도 있고 수년원장도 한 사람 있지만, 모두 중간계급 이하의 사람들이다. 저자 아일린 파워는 이런 사람들이 중세사회를 떠받치고 변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